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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뮤지컬 무대의 벼락같은 축복 … 옥주현

중앙일보 2011.02.17 00:01 경제 17면 지면보기








“이토록 성대를 긴장시키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발성으로,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드는 가수를 얼마 만에 본 지 모르겠다. 최고다.”



누구를 향한 찬사일까. 위대한 성악가? 오페라 가수? 아니다. 바로 뮤지컬 ‘아이다’에 출연중인 옥주현(31)에 대한 평가다. 연예인에게 하는 입에 발린 소리, 뭐 대수랴. 하지만 누가 했는가를 알게 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전 국립오페라단장이었던 정은숙(65)씨가 한 얘기다. 순수 예술계의, 그것도 고고한 클래식의 정통성을 지켜온 대표 인사가 ‘딴따라’ 가수를 향해 이런 상찬을 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 전 단장은 “나는 늘 음색이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옥주현의 음색은, 그리고 인격은 진솔함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그의 극찬에 동의할 순 없다 해도 이것은 알아 두자. 옥주현은 숱한 연예인 출신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그가 지금 ‘아이다’에서 보여주는 노래엔 애틋함과 섬세함이 묻어나며, 격정의 순간 토해내는 목소리엔 그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결기를 담아내고 있다. 성형·다이어트·스캔들 등 그를 둘러싼 안티팬들의 집중 포화를 뚫고 옥주현은 지금 무대 정중앙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가 그렇게 예쁨을 받았던 건 아니잖아요. 워낙 욕을 많이 먹다보니 굳은 살이 생긴것 같아요. 1월 23일 공연 취소 부끄럽고 창피하죠. 그래도 한국 뮤지컬 위해서는 원 캐스팅이 필요해요. 아이다의 고음 대목 낮춰 불러도 되지만 욕심이 나요. 나를 믿고 내지를 때 소리도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죠.





옥주현씨와의 인터뷰는 당초 1월 말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옥씨의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로 뮤지컬 ‘아이다’ 1월 23일 저녁 공연이 전격 취소되고, 환불 소동과 이런저런 뒷말이 터져나오면서 인터뷰는 2월로 연기됐다. 공연 취소 이후 하는 첫 인터뷰라 그와 관련된 해명과 심정을 듣는 게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1월 23일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건가.



“특별히 몸에 이상은 없었다. 현재 ‘더 뮤지컬’이라는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여름 장면을 찍느라 옷을 얇게 입어 감기 기운이 조금 있긴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그날 낮 공연 1막은 너무 멀쩡했다. 2막에 들어가 초반부에 “아버지!”라는 대사를 치는데, 목에 뭔가가 딱 붙는 느낌이었다. 소리가 계속 안 나왔다. ‘인터미션(중간 휴식) 때 먹은 간식이 목에 걸렸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10년 이상 무대에 섰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래서 저녁 공연을 취소했나.



“낮 공연 끝나고 서둘러 응급실에 갔다. ‘목엔 이상 없다’라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내려 해도 계속 ‘허-허’라며 쉰 소리만 나왔다(그는 이 부분에서 시범을 보이며 당시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보여주었다). ‘죽고 싶은 심정’이 정말 딱 이런 경우구나 싶었다. 폭설을 뚫고 온 관객은 1000명이 넘고, 제작사에 너무 미안하고…. 공연은 못하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하얘졌다. 안절부절못하다 제작진에 ‘내가 직접 사과하겠다’고 하고, 공연 시작 뒤 무대에 올라가 고개를 숙였다. 사과한 뒤 분장실에서 2시간 동안 정신줄을 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음날 되니 또 거짓말처럼 다 나았다. 돌이켜 보면 공연이 얼마나 엄중한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시련이지 않았나, 혹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성장통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다.”



-공연이 취소되자 “원 캐스팅을 고집한 옥주현의 과욕”이란 여론이 비등했다.



“인터넷 기사나 관객 리뷰는 공연 도중엔 가능하면 안 보려고 한다. 자꾸 그런 부분에 신경쓰다 보면 오히려 초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욕심, 내 감정, 내 느낌을 너무 믿고 하다 보면 자칫 공연 전체의 밸런스를 깰 수 있다. 내 자신을 과신하기보다 오히려 연출의 의도를 최대한 파악해 그대로 따르는 게 아직 내 수준에선 연기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불씨를 댕겨 생긴 공연 취소라 비판에 대해 일일이 답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이라면 ‘원 캐스팅이 문제’라는 톤으로 비판하지 않으실 것 같다. 해외에선 원 캐스팅이 너무 일반적인 일이고, 구멍가게도 아닌 디즈니(뮤지컬 ‘아이다’의 오리지널 제작사는 디즈니다) 역시 처음부터 더블 캐스팅을 원하지 않았다.”



-대역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게 아쉽지는 않았나.



“탓을 하자면 끝이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을 두고 ‘이랬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곱씹는 게 얼마나 생산적인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현재는 공연 중이고, 앞으로도 우린 계속 관객과 만나야 한다. 지나간 일을 파헤치기보다 미래를 위한 전진이 나에게도, ‘아이다’에도 좋은 일인 것 같다.”



뮤지컬 ‘아이다’는 공연 취소라는 홍역을 치렀지만, 여전히 흥행은 순항 중이다. “배우와 스태프가 더욱 뭉치는 계기”가 됐단다. 옥씨는 인터뷰 도중 “제가 그렇게 예쁨을 받았던 건 아니잖아요” “워낙 욕을 많이 먹다 보니…”와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안티 팬의 줄기찬 공격 대상이었던 그다. “굳은살이 생긴 것 같다. 여유로워 보인다”고 했더니 단박에 “그럼요”라고 답했다.



-2005년 ‘아이다’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보다 내가 그 인물을 담아낼 수 있는 폭이 커졌다고 해야 할까. 처음 ‘아이다’ 할 때는 순서 외우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5년간 뮤지컬을 하면서 참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시카고’에서 남경주·최정원 선배, 5년 전 ‘아이다’ 때 배해선·이석준 선배 등. 그분들의 연습하는 모습, 준비 과정 등을 보면서 깨달음이 생겼고, 무엇보다 공연이란 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융화의 산물’이라는 걸 하나씩 알아갔다.”



-아이돌 출신의 뮤지컬 배우가 많아졌다.



“나 역시 처음엔 뮤지컬 무대가 낯설었다. 5년가량 하면서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건 ‘가사의 엄격함’이다. 가요를 부를 땐 괜히 교포처럼 말을 흐리면서 멋을 부리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뮤지컬은 노래로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지 않나. 과잉 감정이 아닌, 건조한 팩트로 관객의 심장을 향해 직진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다’의 고음 대목은 특히 어려워 보이는데.



“예를 들어 ‘충분해!’라고 부르는 부분이 가장 하이톤인데, 약간 낮춰 불러도 된다. 하지만 이왕 정면승부하는 거 낼 수 있는 최고음을 내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또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 대목을 할 때마다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지만, 긴장만 해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고 나를 믿고 내지를 때 소리도 세상 밖을 향해 뛰쳐나간다.”



옥주현은



1980년생



언주중-광남고-경희대 연극영화과 졸



1998∼2002년 핑클 멤버



현 동서울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주요 뮤지컬



아이다, 시카고,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몬테크리스토





-수상 경력



2005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



2008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





시시콜콜 옥주현의 장기공연 노하우



밤 12시 전에만 자면 다음날 4회 공연도 거뜬










뮤지컬 ‘아이다’



옥주현씨는 공연 취소 이후 성대 관리에 더욱 예민해 보였다. ‘아이다’가 공연 중인 성남아트센터 분장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샤워실 큰 대야의 물은 가득 차 있었고, 수건도 여러 개 눈에 띄었다.



"건조함이 최대의 적”이라고 했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타고난 성대가 워낙 건강한 편이란다. 술·담배 전혀 안 한다. 무엇보다 많이 자는 게 나에겐 큰 보약 같다. 밤 12시 이전에만 자면 다음 날 4회 공연도 거뜬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다’는 지난해 12월 중순 시작해 3월 말에 끝난다. 120여 회 공연의 여주인공을 옥씨 혼자 책임져야 한다. 장기 공연인 탓에 자칫 지루하거나 지치지는 않을까.



그는 "원래 땀이 없어 핑클로 방송 활동 할 때도 아침에 화장 한번 하면 밤까지 쭈-욱 갔다. 근데 뮤지컬 할 때면 손발에 땀이 난다. 그 미묘한 긴장감, 설렘이 나를 계속 무대로 끌고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얘기도 덧붙였다.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팬들이 보내준 민들레즙을 우선 마신다. 그 다음에 씻고, 아침 밥 먹고. 오전에 여의도로 가서 라디오(KBS 2FM 옥주현의 가요광장) 진행하고. 끝나고 성남으로 와서 목 풀고 무대 오르고…. 너무 똑같다. 때론 하루하루가 ‘데자뷰’(최초의 경험임에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처럼 다가온다.”



잠꼬대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하루는 어머니가 ‘몽유병처럼 뭔가를 중얼거리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공연 대사 같던데’라고 하셨다. 내심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던 모양”이란다.



소동을 겪었지만 ‘원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욕은 여전해 보였다. "흐름이 깨지지 않는다. 정신력도 계속 유지된다. 배우와 연출자, 스태프와의 호흡도 최상이다. 한국 뮤지컬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선 ‘원 캐스팅’이 되야 한다는 믿음엔 변함이 없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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