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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 급변사태 대비훈련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1.02.16 20:09 종합 33면 지면보기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28일부터 시작되는 키 리졸브(Key Resolve) 한·미 연합훈련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키 리졸브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증원을 가상한 훈련이다.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Foal Eagle)도 4월 30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이번 연합훈련에선 북한의 전면전 도발뿐 아니라 급변사태 및 국지도발에 대비한 훈련이 대폭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항공모함까지 참여하는 이번 훈련으로 또다시 서해에서 긴장이 고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격언과 같이 북한의 위협 또는 남북 군사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지난 10일 북한은 연평도 포격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결렬시키면서 ‘더 이상 (한국과)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당분간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의회에 제출한 ‘연례안보위협보고서’는 최근 북한의 도발이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고, 후계체제의 취약성으로 인해 추가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권력승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급변사태로 연결되거나 그 과정에서 북한이 국지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지도발과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연합 연습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의 1차적 목적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도발을 억지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다. 급변사태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김정일 정권의 붕괴,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과 유사시 미군의 개입을 시사하는 것 등은 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촉발하고 남북 군사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군사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준비에 내실을 꾀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다.



 한반도 정세는 국제정세에 매우 민감하다. 냉전기에는 미국·소련 관계에 의해 남북 분단과 군사긴장이 고착되었고, 탈냉전기에는 미국·중국 관계에 의해 대화와 대립의 이중구조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으로 인한 북한의 국내적 요인과 더불어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미·중 관계의 영향으로 인해 남북 군사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미·중 관계를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거나, 아니면 북한이 감히 도발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전략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대화와 협상이 진행된다고 해서 대비태세를 소홀히 한다면 제2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맞게 될 것이며, 강력한 대비태세만 강조하면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북한의 개혁·개방 없이는 불안한 평화일 수밖에 없으므로 두 전략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내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라고 선전해 온 김정일이 허약한 후계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무모한 군사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북한의 핵심 기지와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장거리 정밀무기체계의 확보, 서해 5도 전력 증강 및 실전과 같은 군사훈련 등이 병행되어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또 북한을 개혁·개방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폐쇄체제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화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 초당적 차원에서 장기적이며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만 무바라크의 30년 철권통치를 붕괴시킨 민주화의 나비효과를 북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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