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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싱하고 록에 빠지고 … 후계 밀린 김정철은 ‘북한 M세대’ 상징?

중앙일보 2011.02.16 19:44 종합 4면 지면보기
14일 싱가포르 실내 스타디움 공연장에 나타난 김정철(30)은 거침없었다. 팝가수 에릭 클랩턴의 노래에 열광하는 그가 북한 김정일(69)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피어싱까지 한 김정철을 경호하는 북한 청년들은 ‘ERIC CLAPTON’이라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고, 젊은 여성들은 몸매가 드러나는 스키니진에 무대에 던질 장미꽃을 들고 있었다. 입장할 때 한국 TV 방송사의 카메라를 보고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확 달라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익숙한 서방 국가의 M(모바일)세대 청년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싱가포르 에릭 클랩턴 공연에 나타난 김정일의 둘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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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동생인 후계자 김정은(27)과 함께 스위스에서 조기 유학한 김정철은 클랩턴의 오랜 광팬이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클랩턴에게 빠져들었다고 한다. 11일 시작된 클랩턴의 전 세계 순회 공연 중 평양에서 비교적 가깝고 빠른 일정의 싱가포르 공연을 택했다는 얘기다. 김정철은 싱가포르에 최소한 일주일 이상 머물다 15일 귀국길에 올랐다고 현지 고위 소식통은 전했다. 또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대사 정성일) 관계자들의 경호와 안내를 받았으며, 14일 공연을 관람하기 전까지는 쇼핑몰과 동양 최대의 해양수족관과 놀이공원 등이 있는 센토사섬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철은 특히 쇼핑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칠순 생일선물과 다이아몬드 등 명품들을 대거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철이 아버지의 생일(2월 16일) 코앞에 외유에 나섰다는 점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김정철이 15일 평양으로 귀환한 것으로 볼 때 이상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적절한 처신으로 아버지 칠순 잔칫상을 헝클어트린 만큼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3년상이 끝난 뒤 총비서직을 물려받는 등 효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2006년 6월 클랩턴의 독일 공연에 간 김정철이 일본 TV에 노출된 걸 보고 진노했다고 한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일한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에서 “정철 왕자에 대해 김정일은 늘 ‘계집애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해외여행 제한 같은 근신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며 “형의 운신이 좁아지는 건 후계자인 동생 김정은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김정철을 강하게 책망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동생 정은에게 후계 지위를 넘겨줬다는 점에서 김정일은 정철에게 측은한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아량을 베풀 가능성을 제기했다. 후계자 김정은과 한 어머니(고영희)에게서 난 형제라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를 시켜 이복형인 김정남(40)의 평양 별장인 우암각을 수색하게 한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김정남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김정일 3대 세습에 반기를 드는 듯한 언급을 쏟아냈다.



 북한 고위층과 주민에게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김정철이 북한에서는 퇴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차림새의 여성들과 어울려 팝 공연장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핵심 간부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영종 기자



◆M세대=휴대전화 등 모바일(Mobile) 기기를 다양한 용도로 능숙히 사용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변화를 즐기고 자기 자신을 중시하며 자유분방한 성향이 강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친숙한 M세대가 이집트 시민혁명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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