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yle&] 스콧 슈만 “서울 여성들 옷차림은 경쟁하는 듯한 느낌”

중앙일보 2011.02.16 00:28 경제 18면 지면보기
요즘은 패션도 ‘리얼리티’가 대세다. 모델이 나서는 런웨이보다 일반인의 거리 패션에 관심이 더 높다. 사진가 스콧 슈만(43)도 이런 추세 속에 유명해진 인물. 6년 전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www.thesartorialist.blogspot.com)에 뉴욕·밀라노·파리 등에서 찍은 거리 패션 사진을 올리며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사토리얼리스트는 ‘자신만의 개성을 옷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뜻. 그는 2007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디자인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었고 이제는 하루 10만 명의 방문객을 맞는 ‘파워 블로거’가 됐다. 지난해엔 블로그 사진 500여 장을 모아 펴낸 동명의 사진집이 국내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제일모직 빈폴 화보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8일 만났다.


거리의 일반인 사진으로 유명한 ‘패션 파워 블로거’ 스콧 슈만







스콧 슈만이 스톡홀름 거리에서 찍은 노년 여성. 10대가 주로 입는 더플 코트를 걸쳤다. 그는 1·2월 두 차례 서울을 찾아 모델 배정남(가운데)과 빈폴 트렌치 코트를 입은 일반인 모델을 카메라에 담았다.]





-당신 블로그가 인기인 이유는.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지금 당장 나도 입을 수 있는 옷이니까 더 공감하는 것 같다. 컬렉션이나 백화점과 달리 실시간 패션인 셈이다. 사람들은 내 블로그를 통해 패션에 대한 생각을 편하게 털어놓는다. 소통의 창구다. 이전까지 패션이 디자이너나 모델만의 세계였다는 점에서 달라진 것이다.”



-거리에서 어떤 사람을 찍나.



“특별한 타입은 없다. 단지 내 상상력을 동원한다. 뭔가 로맨틱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나면 순간적으로 ‘나만의 사진 이야기’를 만든다. 건설현장 노동자, 수줍어하는 소녀, 마초 같은 남자 등이 패션 사진에 등장하는 건 그래서다. 옷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 눈엔 구멍 난 아르마니 양복을 입고 있는 게 더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다.”



-일반인치고는 포즈가 정말 자연스럽다.



“포즈를 취하라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 사진을 찍겠다고 하면 얼마나 경직될까. 그저 처음 보는 나를 편안해 하길 바랄 뿐이다. ‘스타일이 좋으니 찍고 싶다’고 정중히 부탁한다. 그러면 대부분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그 순간을 포착해 바로 찍는다. 그러려면 다가가기 전부터 해가 비치는 각도, 적당한 장소 등을 확실히 정해 놓아야 한다.”



-블로그를 보면 노인들이 유난히 많다.



“맞다. 그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패션 잡지들은 늘 어떻게 하면 젊어질 수 있을까만 다루지만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가. 우리는 어차피 나이가 든다.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보며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탐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의 거리 패션을 본 소감은.



“서울 청담동과 도산공원 앞에서 만난 여성들의 패션감각은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고 트렌디했다.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도 인상적이었다. 뉴욕·밀라노 같은 세계적 패션도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한데 여자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듯한 옷차림으로 느껴졌다.”



-밀라노·파리·뉴욕 등 주로 패션도시에서 찍고 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색다른 곳에 가보고 싶다. 거리 촬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대부분 가기 쉬운 곳을 찍었다. 앞으론 티베트나 부에노스아이레스처럼 멀고 힘들더라도 새로운 생활방식, 영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가보려 한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제일모직 빈폴·윌북 제공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