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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디올, 상하이에선 남색 홍콩에선 보라색 택한 까닭은

중앙일보 2011.02.16 00:27 경제 18면 지면보기



홍콩 ‘살롱형 매장’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식·패션쇼 참관기



‘시티 마린룩’을 제안한 디올 봄·여름 패션쇼. 중국 톱모델 두 쥐안과 순 페이페이가 부둣가에 마련된 런웨이에 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후 7시, 홍콩 카오룽반도 남쪽에 있는 침사추이의 명품 거리 ‘원 페킹 로드’가 일순 떠들썩해졌다. 8개월간의 재개장 작업을 끝낸 디올 홍콩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대표 매장)가 마침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위용을 드러낸 것. 개장식에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과 시드니 톨레다노 디올 사장을 비롯해 아시아 톱스타가 대거 참석했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에너지가 상하이, 베이징 같은 중국 본토의 신흥시장으로 쏠리는 것을 감안하면 홍콩에서의 화려한 개장식엔 뭔가 색다른 전략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그룹 LVMH가 다시 홍콩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글=이진주 기자, 사진 제공=디올



명품 도시 홍콩의 진짜 VVIP는?









홍콩 매장 재개점을 기념해 딱 40점만 내놓은 보라색 레이디 디올 백. 이 가방은 시드니 톨레다노 사장이 만든 베스트셀러다.



전 세계 명품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LVMH 그룹이 디올 홍콩 매장을 다시 열면서 이처럼 큰 행사를 벌인 이유는 하나다. “부유층의 마음을 파고들려면 더 특별한 매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시드니 톨레다노 디올 CEO의 말처럼 VIP 고객들의 흥미와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디올은 최근 브랜드의 출발점이자 전통적인 명품 산업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 신흥 명품 도시 중국 상하이에 연달아 초현대적인 구조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그 세 번째가 바로 홍콩이다. 중국 본토의 전통적인 부호들에게 홍콩은 설익은 상하이보다 더 편안한 시장이다. 명품 브랜드의 파워가 점점 커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면서 상하이와 함께 홍콩을 주요 거점으로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매장 분위기와 느낌은 전혀 다르다. 같은 중국이지만 역사와 생활문화가 다른 두 도시의 특징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을 기념해 두 도시에서 각각 선보인 가방·구두 등의 한정판(5~40점만 생산) 색깔은 전혀 달랐다. 중국 본토인 상하이에서는 깊고 진중한 분위기의 남색이 주 색이었다. 반면 홍콩에서는 보라색으로 치장된 제품들이 선보였다. 중국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디올 특유의 깊은 파란색이 섞인 보라색으로 중국이면서 중국이 아닌 홍콩의 정체성을 복합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명품과 예술품의 경계를 허물다









1 홍콩 침사추이의 명품거리 원 페킹 로드에 재개장한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2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 온 예술품이 장식된 매장 내부. 명품과 예술품 사이의 경계가 없다. 3 지하1층 디올 옴므 매장. 검은색 화강암을 사용해 현대적으로 꾸몄다. 4 아시아의 ‘공주’와 ‘왕자’가 홍콩에 떴다. ‘신상(신상품)’ 디올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지우 히메’ 최지우와 디올 옴므를 빼입은 ‘커피 프린스’ 공유.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명품에 익숙한 도시”라며 “고객이 더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살롱처럼 재현했다”고 소개했다.



디올 홍콩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꾸며진 총면적 1000㎡의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이다. 건축가는 프랑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의 디올 본사와 상하이 명품 빌딩 ‘플라자66’의 새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피터 마리노(59). 앤디 워홀의 후원을 받아 예술계에 입문했고, 아르노 회장뿐 아니라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샤넬·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같은 거물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유명 건축가다.



피터 마리노가 초점을 맞춘 것은 ‘예술품’과 ‘명품’의 경계 허물기였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고 있는 로고와 패턴들을 이용해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시도한 것. 일단 매장에 들르면 예술품의 경지에 오른 명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메시지다. 건물 외벽에는 마름모꼴 체크무늬 ‘카나주’ 패턴이 포장지처럼 덮여 있다. 1층 입구에 있는 예술가 롭 와인의 설치예술품은 목에 여러 개의 금속 링을 끼운 아프리카 부족 여성을 형상화한 디올의 대표 향수 ‘쟈도르’를 거대한 구조물로 재창조한 것이다. 시계와 보석을 전시한 3층에는 1만1000개의 스와로브스키 LED를 이용해 별을 흩뿌린 효과를 냈다. 자세히 보니 수많은 불빛은 브랜드 설립자 무슈 디올의 별자리인 물병자리를 그리고 있었다. 지하의 남성매장은 검은색 화강암으로 장식해 현대적인 분위기가 났다.



최지우도 찜한 ‘시티 마린룩’



바다와 맞닿은 쇼핑 명소 ‘하버시티’에서는 올해 봄·여름 옷을 소개하는 패션쇼가 열렸다. 3번 부두에 140m 길이의 긴 무대가 꾸며졌고, 양 옆으로 이날 초대된 VIP 350명의 만찬 테이블이 놓였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장만위(張曼玉·장만옥), 판빙빙, 리빙빙, 자오웨이 등 중국 톱스타들과 한류스타 최지우와 공유가 초대됐다.



최지우는 “3년 만의 홍콩 나들이”라며 “별처럼 빛나는 스와로브스키 LED 불빛 덕분에 홍콩의 야경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고 했다. 디올 매니어로 소문난 그는 “디올 특유의 순수하고 우아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며 이날 디올 쿠튀르의 새 컬렉션인 흰색 시폰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패셔니스타이기도 한 그는 “쇼에 소개된 의상 중에도 관심 가는 게 많았다”며 “중국의 톱 모델인 두 쥐안, 순 페이페이가 입었던 시티 마린룩이 제일 눈에 띄었다”고 했다. 해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시원스러운 줄무늬에 형광 주황색과 오렌지색, 터키석색 등을 매치한 옷들은 늘씬한 키에 흰 피부를 지닌 최지우에게도 썩 어울릴 것 같았다. “홍콩은 지금 한창 세일 기간인데 쇼핑은 좀 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호텔에서 딤섬만 실컷 먹었다”며 웃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알아보는 ‘아시아의 공주’에게 길거리 쇼핑은 너무 큰 꿈이었던 듯하다.



“홍콩에도 처음, 이런 큰 행사도 처음”이라며 “아시아 팬들의 너무 큰 사랑을 받아 얼떨떨하다”고 털어놓은 배우 공유는 날렵한 선이 돋보이는 디올 옴므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홍콩에 불어닥친 드라마 ‘커피 프린스’ 돌풍 덕분에 현지에서 공유의 인기는 디올 홍콩에서도 콕 찍어 초청할 만큼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항·호텔·파티장 어디를 가나 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고, 어딜 가나 플래시가 터졌다. 그는 “곧 촬영에 들어갈 공지영 작가 원작의 영화 ‘도가니’에서 우울한 역을 맡게 됐다”며 “감정 조절을 위해 쇼핑 천국에 와서도 호텔 방에서 내내 잠만 잤다”고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공유는 쇼장의 현지 스태프들에게 시종일관 예의바른 모습을 보여 “매너도 프린스급”이란 찬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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