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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의 현장] 사외이사 제대로 뽑아야 ‘제2 신한사태’ 막는다

중앙일보 2011.02.16 00:20 경제 6면 지면보기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특별위원회가 열린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의 로비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연합뉴스]





5개월을 끌어온 신한금융 사태가 일단 봉합됐다. 한동우 신임 회장 내정자의 일성은 “조직 분열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만큼 신한의 상처가 깊었다는 뜻이다.



 금융계엔 “이번 사태는 신한금융뿐 아니라 한국 금융 전반의 문제”란 목소리가 크다. 신한 사태를 통해 쉬쉬했던 한국 금융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이를 어떻게 치유할지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한 사태가 남긴 교훈은 다음의 몇 가지다.



 첫째,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은 한국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원로로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의 과욕은 일생의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라 전 회장은 무려 17년간 신한의 CEO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보니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추종세력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의 눈밖에 난 사람은 능력을 펼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사라지곤 했다.



 10여 년 전 미련 없이 후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던 윤병철 전 하나은행장은 “금융그룹이나 은행의 CEO는 한 차례 연임이 최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누구든 든다”며 “그러나 이는 큰 오판이자 오만”이라고 말했다.



 둘째, 주인 없는 금융회사에서 이사회와 그 멤버인 사외이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들은 파벌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되레 앞장서서 대리전을 펼쳤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주주와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야 한다는 소임을 버렸다. 그저 자기를 추천해준 CEO들의 뜻을 따라 거수기 역할을 했을 따름이다.



 셋째, 주주의 권리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재일동포 주주들은 17%의 지분으로 이사회 멤버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회사 경영을 쥐락펴락했다. 라 전 회장의 장기 집권을 용인·후원한 것도 이들이다. 뒤늦게 라 전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전횡으로 따지면 라 전 회장 못지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 기관투자가 등 국내 주주들도 자기 이익을 대변할 사회 이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겠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인 CEO 육성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을 포함해 대부분 국내 금융사들은 CEO 선임 한 달 정도를 앞두고서야 외부 헤드헌터에 의뢰해 후보 리스트를 만든다. 그러곤 3~4명으로 압축된 후보들을 하루 아침 면접하고 오후에 곧바로 CEO를 뽑는다.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CEO 선임을 언제까지 이렇게 콩 볶듯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선진 금융회사들을 보면 새 CEO가 선임되면 곧바로 차기 CEO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내부 인재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자연스럽게 차기 CEO감이 떠오르도록 유도한다. 외부 헤드헌터에 대한 의존은 CEO의 갑작스러운 유고나 대규모 사업조정 등 긴박한 경우로 한정한다. 한동우 신한금융 신임 회장도 취임 즉시 해야 할 일로 꼽아둬야 할 것이다. 물론 그전에 라응찬 전 회장의 그늘에서 박차고 나오는 수순이 먼저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신한금융 사태가 주는 교훈

① 고인 물은 썩는다



②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



③ 국내 주주 권리도 존중하라



④ CEO 육성 프로그램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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