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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흡연과 폐암, 상당한 인과관계 있다”

중앙일보 2011.02.16 00:19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른바 ‘담배 소송’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는 어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흡연과 폐암 사이에 상당한 인과(因果)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이 장기간 흡연했고 폐암에 걸렸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흡연과 발병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국민적 상식을 법원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는 “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1심을 뒤집은 결론이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가 대법원에서 유지될 경우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흡연으로 폐암을 앓게 된 환자 등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터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담배의 제조·판매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아 1심과 마찬가지로 KT&G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봤다. 담배 자체에 결함이 있고, 국가와 KT&G가 담배의 유해성(有害性)을 은폐했으며, ‘라이트’ ‘마일드’ 등의 이름을 붙여 덜 해로운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은 이미 의학적으로 결론이 난 상태다. 미국에선 개인뿐 아니라 집단, 간접흡연 피해자, 의료보험회사, 정부가 원고로 나선 다양한 소송이 봇물을 이뤘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1998년 미국 주(州)정부가 담배업체들로부터 2460억 달러를 변상받기로 하는 ‘주요 합의(MSA, Mass Settlement Agreement)’를 이끌어 낸 사례가 있다. 폐암 사망자 가족이 필립 모리스로부터 징벌적 배상금으로 8000만 달러를 받아낸 판결도 있었다.



 KT&G가 소송에서 이겼다고 책임을 면제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이라도 ‘금연재단’을 세워 비흡연자를 보호하고 흡연자의 금연정책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공공시설물에서의 흡연 금지 등 사회적 분위기를 잡아가야 한다. ‘자기 좋아 담배 피운 것 아니냐’며 흡연을 개인적인 기호(嗜好)와 책임으로 놔두던 시절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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