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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운동협 “살인한 것은 인정하지만 살인한 책임은 안 묻는 꼴”

중앙일보 2011.02.16 00:17 종합 16면 지면보기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회장은 짧은 전화 통화에서 여러 차례 “비겁하다” “유감스럽다”라는 표현을 했다. 서 회장은 “살인한 것은 인정하지만 살인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꼴”이라면서 “재판부가 비겁하게 논점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금연운동협 “1심보다는 진일보”

 서 회장은 그러면서도 “분명히 1심 판결에 비해 진일보했다”며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배금자 변호사와 상의해 상고하는 것은 물론 KT&G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 쉬운 폐암환자(원고)를 수소문해 새 소송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폐암은 암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 2009년 1만4919명이 이 암으로 숨졌다. 2위 간암 사망자(1만1246명)보다 상당히 높다. 폐암의 주요 원인이 담배라는 사실은 세계보건기구(WHO)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담배는 국내 사망 원인 1~3위인 암·뇌혈관·심장 질환 발생에 기여한다. 서 회장은 “연간 5만 명이 담배 때문에 숨진다”고 말한다.



 담배의 해악이 알려지면서 10년 전만 해도 70%에 달하던 성인 남성 흡연율은 지난해 말 39.6%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폐암 환자와 사망자는 계속 증가한다. 90년대까지 흡연율이 70~80%에 달했는데 그 해악이 수십 년 후에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폐암은 남성 암 발생 3위이지만 65세 이상 노인에서는 1위다.



 치료도 쉽지 않다. 과거 15년 사이에 5년 생존율이 위는 20.3%포인트 올랐지만 폐는 6.2%포인트만 증가했다. 10대 암 중에서 췌장암 다음으로 5년 생존율이 낮다.



 보건복지부는 국제담배규제협약(FCTC)에 가입하는 등 그동안 이러저러한 금연정책을 추진해 왔다. 2004년 12월에는 담뱃값을 500원 올렸다. 하지만 약발이 떨어졌는지 2007년 이후에는 흡연율에 큰 변화가 없다. 복지부는 이번 판결이 담배가격을 인상하자고 설득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진수희 장관은 “담뱃값을 조금 올리면 금연 효과가 없고 왕창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한 갑당 80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복지부는 이번 판결이 각종 금연정책을 담은 법률 개정안 처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회에는 금연구역 확대, 담뱃갑에 경고그림(폐암 사진 등) 게재 등을 담은 16개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복지부 양동교 구강정책과장은 “큰 진전이며 흡연의 폐해를 알리고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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