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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중 FTA 피할 수 없다면 기회로 활용하자

중앙일보 2011.02.16 00:16 경제 8면 지면보기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




얼마 전 경기도 안산 공단을 방문했다. 중소기업인들과의 만찬 자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화제로 올랐다. 그들은 ‘FTA가 체결된다면 영세 중소기업 다 죽는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우리가 외면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필자 지적에 그들은 적대감마저 표시했다. 양국 FTA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의 입장이 어떤지를 알 수 있었다. 이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농어민도 한·중 FTA가 몰고 올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그들을 먼저 설득하지 않는다면 양국 FTA 체결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중 FTA가 조속한 시일 내에 타결돼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중국 내수시장이다. 올해부터 시작될 중국 12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은 산업고도화와 내수확대가 핵심이다. 중국 소비시장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4%에서 2020년 12%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모건스탠리). 양국 소비시장의 잠재적 규모와 차이를 감안하면 FTA는 우리에게 실보다는 득이 더 크다.



 중국의 무역구조 변화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중국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은 2009년 56.9%에서 지난해에는 46.9%로 줄었다.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 수출하는 교역 패턴은 줄어드는 추세다. 당연히 수입품 중 부품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그 빈자리는 소비재가 메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이제 소비재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FTA는 그 흐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중국과는 영원히 FTA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 그러나 FTA의 허브를 노리는 우리나라가 세계 2위 이웃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양국 FTA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게 좋다. 양국 기술 차이 때문이다.



 양국 간 기술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환경·신재생에너지 등 7대 신흥전략 산업에 10조 위안(약 1조500억 달러)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산업은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와 중복된다. FTA는 기술 선도국이 유리하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하기 전에 ‘윈-윈’의 틀을 잡아야 한다. 대만·중국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발효로 양안 간 기술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지금 논의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양국 간 FTA 발효는 최소한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때쯤 중국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봐야 한다. 한·중 FTA에 있어 시간은 오히려 중국 편이다.



 FTA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수출로 이득을 본다면 영세 내수업체들은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보게 된다. 안산의 영세 중소기업의 우려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필요한 게 그들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요 구조조정이다. 중국 제품의 국내시장 유입에 맞설 수 있도록 국내 기업(산업)의 체질 개선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경제의 급성장에 잘 적응해 왔다. 1990년대 중국이 세계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신발·의류·섬유 등 우리나라의 임가공 업체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겼다. 그 덕분에 한국 산업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이번 FTA도 그런 효과를 내야 한다. 중국과의 FTA를 제2의 산업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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