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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지류 3m 옆 매몰 … “지하수 먹는데 침출수 어쩌나” 불안

중앙일보 2011.02.14 20:20 종합 4면 지면보기



팔당호 인근 양평 현장 가보니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구제역 매몰지. 이곳에 꽂혀 있는 가스배출관은 입구가 땅으로 향하는 지팡이 형이라 빗물이 스며들 가능성은 작지만 일부 지역에 묻힌 가스관은 일자형이 많아 빗물이 들어갈 공산이 크다. 빗물이 스며들면 매몰지 흙더미가 무너질 수 있다. [파주=연합뉴스]





14일 오후 팔당호와 인접한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내리. 이곳은 원래 대규모로 한우가 사육되는 곳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풍경이 확 바뀌었다. 한우단지 내 축사 곳곳이 텅 빈 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축사 인근에는 ‘출입금지’라고 쓴 표지판이 서 있다. 플라스틱 파이프 여러 개가 입구를 하늘로 향한 채 땅에 박혀 있기도 했다. 땅에 묻은 동물 사체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장치다.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한 소를 묻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주민 김모(63)씨는 “날이 풀려 땅이 녹으면서 소와 돼지의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 팔당 식수원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 매몰지와 불과 3m 거리에는 작은 개천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매몰지와 경계를 이루는 하천변 옹벽은 일부 허물어져 흙더미가 드러나 보였다. 그래서 매몰지와 하천 사이를 가로막는 차수벽을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많은 비가 내리면 붕괴 우려도 있어 보인다. 날이 추워 땅이 얼면서 침출수가 바깥으로 흘러 나오지는 않았다. 이 개천의 하류 6㎞에는 남한강이 있다.



 남한강과 가까운 개군면 일대에는 내리 6곳을 포함해 25곳의 매몰지가 축사 주변에 있다. 노영호(65) 이장은 “마을에 조성된 매몰지로 인해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는 다섯 가구의 식수 오염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걱정이 나오는 이유는 매립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뉴얼대로 한다면 4∼5m 깊이의 구덩이 밑바닥에 이중비닐과 생석회, 톱밥을 깔고 살처분한 우제류를 묻어야 한다. 이어 흙을 2m 이상 덮고, ‘∩’ 모양의 가스 배출관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규정을 완벽히 지킨 곳은 많지 않다. 300만 마리가 넘는 소·돼지 등을 4200여 곳에 묻다 보니 적절하지 않은 매몰지도 많았다. 하천변이나 경사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에 사체를 매립한 결과 식수원 오염이나 매립지 붕괴 우려가 대두된다. 일부에서는 살아 있는 가축을 묻을 때 가축이 몸부림치면서 비닐이 찢어져 침출수가 새어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일부 축산농가는 “이렇게 대충 묻은 게 무슨 방역”이냐며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상리리 죽전마을 구제역 폐사 가축 매몰지 현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40m쯤 떨어진 도로에서부터 기분 나쁜 냄새가 진동했다. 고기를 태우는 것도 같고, 퇴비가 썩는 것도 같은 역한 것이 뒤섞인 냄새다.



 도로와 계곡 사이의 논에 돼지 7000여 마리가 묻혀 있다. 돼지 공동묘지다. 평지보다 1m쯤 위로 올라온 윗부분에는 가스관이 귀퉁이 4곳과 가운데 2곳에 꽂혀 있었다. 가스관은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지팡이형과 하늘로 그냥 뚫려 있는 일자형이 뒤섞여 있다. 빗물이 일자형 가스관으로 들어가 매몰지로 스며들면 지반이 약해져 흙더미가 무너질 우려가 크다. 매몰지 옆으로 난 계곡은 지방 3급 하천인 풍산천의 세천이다. 계곡은 매몰지에서 불과 30∼50m 거리다. 풍산천은 풍산읍 하리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상리3리 손호윤 전 이장은 “당장 문제는 매몰지에서 30∼40m 위에 사는 자연부락 10여 호 주민이 먹는 지하수”라며 “이렇게 허술하게 매립하면 제2, 제3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매몰 초기에는 침출수도 흘러나왔다. 지금은 보강을 거듭해 침출수는 없어진 상태다. 매몰지를 관리하는 풍산읍사무소는 주 1회 공무원이 돌며 침출수가 흘러나오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경북도 도시개발계 박준로씨는 “집중호우로 계곡의 물이 제방을 넘거나 계곡이 유실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차수벽 설치가 시급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땅속에서 지하수가 오염되면 먹는 것을 금지하고 상수도를 공급하는 길뿐이다. 하지만 지방 상수도 확충을 위해서는 한 곳당 보통 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여기에다 오염 여부 확인까지 많은 시일이 필요해 상수도 확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6개월마다 구제역 백신 접종=정부는 앞으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향후 6개월마다 소와 돼지에 구제역 백신을 계속 접종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14일 “구제역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6개월마다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동=송의호 기자, 양평=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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