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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셋값 ‘94주째’ 고공행진…결혼행진곡 'OFF'

중앙일보 2011.02.14 14:06








올 8월 결혼 예정인 회사원 최모(27ㆍ여)씨는 신혼집을 찾다 남자친구와 파혼 직전까지 갔다. 양가에서 주택자금으로 1억5000만원을 지원해줬다. 들뜬 마음으로 지난달부터 전셋집을 알아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좌절감만 쌓여갔다. 부모님이 준 돈이 꽤 큰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울 외곽의 아파트마저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최씨와 남자친구 간에 다툼이 잦아졌다. 달콤해야 할 신혼집 때문에 둘 사이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최씨는 결혼을 깰까 생각도 했다. 천생연분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축복했던 예비 시부모가 또 나섰다. 본인들이 살던 아파트의 평수를 줄여 이사가고, 1억원을 추가로 보태줬다. 최씨 부모도 5000만원을 더 내 줬다. 이 돈으로 이들은 지은 지 꽤 오래된 아파트의 제일 작은 면적의 집을 살 수 있었다. 전세에서 아예 매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앞으로 전세대란이 계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94주째 상한가 치는 전셋값=전셋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집을 ‘꼭’ 구해야하는 신혼부부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전국 전셋값은 2009년 4월 이후 무려 94주째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2년 새 3.3㎡당 619만8000원에서 739만원으로, 119만2000원(19.2%) 올랐다. 2년 전 100㎡짜리 아파트를 계약한 세입자라면 올해 재계약을 할 경우 평균 2300만원을 더 줘야 하는 것이다. 강남·서초·송파 3구의 경우 같은 규모일 때 8000여만원이나 더 얹어줘야 한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13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전셋값은 평균 0.5% 상승했다. 서울이 0.5%(강북 0.7%, 강남 0.4%), 경기는 0.7% 올랐다. 특히 파주(2.4%), 구리(1.8%), 용인 수지(1.4%), 화성(1.3%), 서울 성북(1.1%), 성동(1.1%) 등이 많이 올랐다.



그나마 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전셋값 폭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4월 결혼 예정인 임현준(30)씨의 경우 2년 전 전세금 2억5000만원에 살았던 109㎡ 아파트를 떠나야했다. 지금은 4억~4억5000만원으로 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3억5000만원에 83㎡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다.



◇"전세는 보지도 못했다"=서울 은평구 뉴타운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세는 부르는게 값이 아니라 부를 수도 없는 귀한 몸이 됐다”고 말했다. “물량이 있어야 손님도 끌텐데 전혀 나오질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세를 내놨다가도 하루 아침에 200만원 이상 더 올려 부르는건 예사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예비 신혼부부의 수요에다 ^봄 이사철에 따른 수요 ^새 학년을 앞둔 학군 수요 ^매매를 보류하고 전세를 유지하려는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보통 1월은 ‘부동산 시장 비수기’인데 4주 내내 오름새를 보였다. 내 기억으론 2년째 이 곳 전셋값이 떨어진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차가운 매매 시장을 살리고 뜨겁게 달아오른 전·월세 시장을 진정시키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전세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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