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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중동에서 돼지고기 꺼리는 이유

중앙일보 2011.02.14 03:3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최근 구제역 파동의 여파로 가격이 크게 뛴 쇠고기·돼지고기의 섭취를 금기시하는 종교가 있다. 쇠고기는 힌두교에서, 돼지고기는 이슬람교·유대교에서 금식 대상이다. 각기 섭취를 금하는 이유는 다르다. 쇠고기는 ‘신성한 동물이어서’, 돼지고기는 ‘더러운 동물로 여겨서’다.



 힌두교도는 소에 3억3000만의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힌두교 나라인 인도에서 소를 도축하는 것은 친족 살해 행위나 다름없다. 1996년 인도에 진출한 미국의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도 쇠고기를 일절 사용할 수 없었다. 대신 ‘빅맥’의 인도 버전인 ‘마하라자 맥(Maharaja Mac, 양고기)과 닭고기(Mcaloo Tikki Buger)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린 것은 식품사업의 현지화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유목 생활을 하던 고대 인도에선 사정이 판이했다. 기원전 1000년께엔 쇠고기가 북인도에서 최고의 식품이었다고 한다.



 농경을 시작한 인도인들은 소를 죽여서 얻는 이익(고기)과 살려서 얻는 이익(노동력, 우유·버터 등 유제품, 거름, 쇠똥을 이용한 연료, 수소의 어미)을 따져봤을 것이다. 식용보다는 사육이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 수소를 시바신의 상징, 암소를 크리슈나신의 시종으로 치는 힌두교가 득세하면서 5세기 이후 인도에서 쇠고기 금식이 자연스레 뿌리를 내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물소고기는 개의치 않고 먹는다는 것이다. 물소는 죽음의 신인 야마를 등에 태운 동물로 봐서다.



 돼지고기는 아랍권에서 금기식이다. ‘터키항공’ 등의 기내식엔 돼지고기가 포함되지 않는다. 돼지고기가 냄비·칼·도마 등 조리기구에 접촉했을까봐 일부러 일반 레스토랑은 피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철저하다.



 무슬림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람(hallam), 먹을 수 없는 음식을 하람(haram)으로 분류하는데 돼지고기·술·마약 등이 하람에 속한다. 무슬림 경전인 ‘코란’에 “죽은 동물의 고기·피·돼지고기는 알라가 아닌 사악한 신들에게 바쳐지는 제물”로 기술돼 있기 때문이다.



 유대교의 식생활 지침서인 코셔(kosher)도 돼지를 먹지 말아야 할 동물로 분류했다. 히브리어로 ‘적정한’을 뜻하는 코셔는 ‘정결한 음식’을 가리킨다.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유럽의 마트에서도 코셔 마크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일종의 ‘위생식품 인증서’다. 발굽이 갈라져 있으면서 되새김질하는(4개의 위를 소유) 소는 코셔, 발굽이 갈라져 있긴 해도 위(胃)가 하나인 돼지는 비(非)코셔 육류다.



 중동에서 돼지고기를 터부시하는 이유는 종교 외에 그 지역의 기후 등 자연 환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동의 덥고 메마른 기후와 생활방식에 비춰봤을 때 돼지는 기르거나 섭취하기에 부적합한 동물이라는 것이다(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이영미 연구원).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쉽게 부패하는 돼지고기를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기 십상이며, 유목생활을 하면서 정착성 가축인 돼지를 사육하는 일은 버거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동에서의 극단적인 혐오와는 정반대로 극동(한국·중국·일본)에서 돼지고기는 인기 육류다. 국내 육류 소비량 1위가 돼지고기다. 중국에선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최고의 고기’로 칭송을 받는다. 일본의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오키나와의 삶은 돼지고기 등심은 건강식으로 이름이 높다.



 주변에 구제역 때문에 채식으로 돌아섰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채식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육식을 금기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생활환경·기후·종교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육식이 식탁에서 배제돼야 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평균적인 한국인은 현재 8대 2라는 채식과 육식의 황금비율을 갖고 있다. 이 비율에서 극단적으로 벗어난 사람들만 정상궤도로 다시 돌아오면 족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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