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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선택과목으로 바뀐 보건, 청소년 성교육 제대로 될까요

중앙일보 2011.02.14 03:30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서울 창동중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던 중 남성 성기 모형(오른쪽)을 보며 웃고 있다. 왼쪽은 태아의 성장과정을 담은 여성의 자궁 모형. [변선구 기자]





8일 오후 1시 서울 창동청소년수련관 성문화센터. 졸업을 앞둔 창동중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이 한 방에 둘러앉았다. 성교육을 맡은 이무진 교사가 “자궁을 본떠 만든 ‘자궁방’”이라고 설명하자 학생들이 다양한 반응을 쏟아낸다. “음탕해요” “모텔 같아요” “야해요”.



웅성거림도 잠시. 이 교사가 인공임신중절기구들을 보여주며 낙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재현하자 학생들의 표정이 금세 굳는다.



이 교사는 성관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피임도구인 콘돔을 만져보도록 했다. 여학생들은 “역겹고, 소독약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부담스러워했다. 반면 남학생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는 듯 시큰둥하다. 한 학생은 한 술 더 떠 “어떻게 사용하는지 시범을 보여달라”고 능청을 떤다.



10kg의 옷을 입고 만삭의 임신부도 체험했다. 1분 정도 옷을 입고 있던 라화수군은 “여자들은 임신하면 힘들 것 같다. 옷이 무거워서 허리가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다. 이무진 교사는 “성에 눈뜨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 간 정보 격차가 커서 교육 중 난감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중고생 7.3% “성경험 있다”



학생들은 성을 향해 달려가는데 성교육은 걸음마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전국 중고교생 259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2010년 청소년 성문화 의식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3%가 성관계 경험이 있었다. 인터넷 음란물을 접촉한 중고교생도 79.4%(2280명)나 됐다.



청소년의 성경험을 지속적으로 통계낸 자료는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전국 약 8만 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의 5.1%보다 많이 증가했다.



결국 청소년 성문제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청소년 임산부는 매년 1만 5000여 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령별 분만 건수, 입양기관의 미혼모 연령 등을 통해 분석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결과다.



이는 청소년이 신체적으로 성숙했지만 상황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충동적이고 왜곡된 성지식으로 상대방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성폭력을 당한 여학생은 육체적인 손상은 둘째 치더라도 분노·무기력증 심지어 과도한 성적 호기심이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3130개 중학교 중 231곳만 보건 선택



성교육의 주체는 학교다. 하지만 학교 성교육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고시된 2008년 9월부터 학교는 기초적인 청소년의 성교육을 맡아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보건과목이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그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3130개 중학교 중 올해 보건과목을 선택한 학교는 231곳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상황도 중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2263개 고등학교 중 보건과목 선택 학교는 고작 81곳. 보건교육포럼 우옥영 이사장은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매번 말하면서도 성교육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청소년성문화센터다. 현재 전국적으로 36곳이 있고, 올 3월까지 제주와 인천 2곳에 새로운 센터가 문을 연다.



하지만 이용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빚어낸 일선교사의 낮은 인식과 부모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은 “성폭력이나 성매매 등 사건사고가 났을 때만 열리는 반짝 성교육이 여전히 많다. ”고 지적했다.



실제 학교 관계자가 성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센터는 교육 예약이 6개월까지 꽉 찬다. 하지만 반대로 2~3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센터도 있다.



센터의 재정지원도 열악하다. 1년에 1억 원 정도 예산으로 운영돼 프로그램 개발, 전문인력 양성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독일은 초등생도 연 4~6시간 의무교육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구체적인 내용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교육에 정착시켜왔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청소년 담당관이 학교에 배정되고, 성교육 장소도 지원한다. 우옥영 이사장은 “독일에서는 청소년담당관이 연간 의무적인 성교육시간을 정하고 있다”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묻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독일 베를린에서는 초등학생의 경우 연간 4~6시간 의무 성교육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시간을 늘린다.



독일에서 6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온 박종우(35)씨는 “독일 청소년은 생리가 시작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산부인과에 다닌다”며 “이런 교육이 학교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독일식 교육이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 적합하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독일의 미성년자 출산건수는 2000년 약 7200명, 2005년 약 6600명에서 2008년 5500여 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명화 센터장은 “우리나라 문화에 맞는 성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며 “발달 단계에 따른 체계적 교육 과정을 만들도록 적절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부의 사랑은 자녀의 성교육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신의진 교수는 “부부가 집안에서 약간의 스킨십과 함께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녀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글=권병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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