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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너트 하나가 KTX 탈선 원인이라니

중앙일보 2011.02.14 03:00 종합 38면 지면보기
KTX의 일직터널 내 탈선사고는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하다. 광명역을 앞두고 주행속도를 시속 90㎞로 줄이는 구간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일 시속 300㎞대로 달리는 구간에서 탈선했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그런데 엄청난 참사(慘事)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알고 보니 현장 작업자가 신호전환기에 너트 하나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손톱 크기 너트와 한순간의 부주의가 고속철도의 탈선을 초래했다니 말이다.



 모든 사고는 방심(放心)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번에도 작업자가 레일 옆 신호전환기의 너트 한 개를 마저 채우지 않고 정비를 마친 것이 화근(禍根)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차량이 운행하자 신호기계실에 ‘에러(error) 표지’가 세 차례 떴고, 이에 광명역 관계자가 상하행선 모두 주선로(線路)로만 직진하도록 임시 조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차량은 광명역이 종착지여서 주선로에서 옮겨 진입하면서 탈선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적(人的) 과실에 의한 선로전환 오작동(誤作動)이 사고원인인 셈이다.



 고속에서는 부품 하나, 작은 부주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1998년 승객 101명이 사망한 독일 고속열차 ICE의 탈선사고도 차륜을 고정하는 링 하나가 파손돼 일어났다. 107명이 사망한 2005년 일본 효고(兵庫)현의 쾌속열차 탈선사고는 곡선구간에서 급정거로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일어났다. 그러나 사고 대처 방식은 배울 만하다. 일본은 곧바로 탈선대책협의회를 설치하고 면밀한 조사를 토대로 사전 선로점검 강화는 물론 레일체결장치와 접착절연이음매 개량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우리는 너무 ‘빨리빨리’만 강조해 왔다. 2008년 운행속도를 시속 300㎞에서 305㎞로 올린 게 대표적이다. 비록 5㎞에 불과하지만, 안전보다 주행속도 안내판에 300㎞대로 나타나는 것만 신경 쓴 것 아닌가. 속도 기술의 핵심은 제어다. 아무리 빨라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고속 흉기(凶器)일 뿐이란 점을 코레일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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