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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미디어스쿨’서 새 길 찾은 이서형씨·송태호군

중앙일보 2011.02.14 02:07



문제아→영상프로덕션 조감독, 폭주족→영화감독 꿈꾸는 수험생







도시에서 태어나 TV 등 미디어를 보고 자라던 청소년이 갑자기 외딴 벽지의 대안학교에 적응하기란 때론 막막한 일이다. 그런 이들에게 미디어 교육으로 희망의 날개를 달아 준 도심 속 대안학교가 있다. 서울 용산에 있는 미디어스쿨은 올해로 개교 10년째다. 학교 울타리를 뛰쳐나와 질풍노도처럼 내달리다, 지금은 영상제작 전문가로 꿈을 키워가는 이 학교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문제아에서 우등생으로, 자유의 의미 깨달아



내 이름은 이서형(26). 미디어스쿨 1기 졸업생이고, 지금은 영상프로덕션에서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어. 영상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곳이지. 내가 다니던 계원조형예술대학 졸업작품전에서 심사위원 선배의 눈에 띄어 졸업식도 치르기 전에 일을 시작했어. 미디어스쿨에서 배운 실력 덕에 대학에선 줄곧 우등생으로 꼽히곤 했지.



대학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게 된 첫 계기는 미디어스쿨 졸업작품 겸 만든 다큐멘터리 ‘어른들을 속여라’야. 급식비·학원비 빼돌리기, 술·담배 하기, 유흥가 드나들기, 무면허운전에 주민등록증 위조 등 어른들을 속이며 노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야. 이 작품으로 2004년 문화부장관상을 비롯해 각종 방송영상제·청소년영화제 등에서 10여 개나 되는 상을 휩쓸었어.



소위 ‘문제아’ 취급을 받던 내가 상까지 받다니 나도 놀랐어. 난 고1 한 학기만 마치고 학교를 그만 뒀어. 노는 게 좋아 중학교 때부터 학교를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고, 싸움질도 많이 했지. 그런데 학교를 그만두고 허송세월을 보내던 어느날, 아침에 깨어 일어났더니 어머니가 창가에서 울고 계시는 거야. 가까이 가보니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더라고. 순간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과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올랐어. 그때 어머니의 권유로 미디어스쿨에 입학을 하게 됐지.



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입학한 다른 학생들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어.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싸움을 벌일 정도로 온갖 말썽 경력이 화려한 애들이었어. 심지어 훔친 차로 등·하교 하는 아이까지 있을 정도였지.



미디어스쿨의 모든 수업은 학생이 원하는 대로 진행됐어. 배우고 싶을 때 수업을 들으면 되고, 원하면 아무 때나 장비를 가져다 촬영하거나 작품을 만들면 됐어. 학생들 스스로 자치운영위원회를 열어 생활규칙도 만들었고. 학교와 교사가 강제하는 건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하더니 2년의 과정을 마치고 난 2004년엔 3명만 남게 됐어. 교사는 15명인데…. 간섭 없는 생활을 원해서 왔는데, 정작 그 자유를 주니까 오히려 더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 이때부터 지난날을 곱씹으며 내 삶의 길을 찾기 시작했지. 그리고 난 지금 그 길을 달려가고 있어.



폭주족에서 영화감독으로, 삶의 가치 터득해



안녕, 난 송태호(19)라고 해. 미디어스쿨 동기생인 (김)제덕이와 영상제작기업인 ‘비주얼크리에이터(Visual Creator)’를 운영하며 현장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야. 대학 영상 관련학과에 지원해 합격발표를 기다리고 있어. 훗날 영상광고 제작자도 되고 멋진 영화도 만드는 게 목표야.



이런 멋진 꿈을 꾸고 있는 내가 자랑스러워. 그래서 지난날 방황하던 내 모습이 부끄럽지 않아. 그 시간이 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경력이자 기술이며, 소재이자 철학이 돼주고 있거든.



한때 난 ‘오토바이 폭주족’이었어. 차량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심야에 위험한 질주를 즐기는…. 뉴스에서 봤을 거야, 그게 바로 나 였어. 중1 때 담배를 피웠고, 학교보다 경찰서에서 자주 부모님을 만나는 아이였다는 말이지.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지.



미디어스쿨은 내게 인생의 반환점이야.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시간이거든. 일반 학교에 다니면 교사가 학생을 챙겨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 곳에선 식사부터 학교생활까지 모두 나 스스로 해야 했어.



제주도로 자전거 종주여행을 갔을 때야. 휴식 중 대열을 이탈해 음료를 사러 가려는 나를 제지하는 선생님과 말싸움을 하게 됐어. 화가 나 “그 딴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선생님에게 대들었고, 그 분은 눈물을 흘리셨어. 그걸 보고 나를 반성하고 바꿔나가게 된 거야.



이런 내 방황과 경험을 소재로 단편영화를 만들었어. ‘기차가 지나는 하루’ ‘수첩소녀’ ‘너와 나의 바다’ 등 작품들을 만들었고 각종 영상대회에서 수상도 여러 번 했지. ‘기차가 지나는 하루’는 지하철 내 TV에서 상영되기도 했어. 따돌림 받는 학생이 여행길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얘기야. 게임광이었던 남동생도 이런 나의 변화를 보고는 올해 미디어스쿨에 입학하겠다고 해.











미디어스쿨(www.mediaschool.co.kr)=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가 설립·운영하는 도심형 대안학교. 2002년 4월 1일 ‘스스로넷 미디어스쿨’로 개교했다. 뉴스·다큐멘터리·단편영화·사진앨범·웹디자인 등 미디어 작품을 손수 만들며 인성과 재능을 기르고 진학·진로를 찾는다. 정규교육을 마치지 못한 16~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년 2월에 20명씩 모집하며 2년 4학기제로 운영한다.



[사진설명] 김제덕·이서형·송태호(왼쪽부터)씨가 청소년미디어센터 미디어스쿨 내 방송 스튜디오에서 만나 꿈 많던 학창시절에 대한 얘기 꽃을 피우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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