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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특위 중독증’ 걸린 한나라

중앙일보 2011.02.14 00:28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승현
정치부문 기자




개헌을 추진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9일 한나라당 의총의 결론은 ‘특별기구’(특위)의 구성이었다. 이날 한나라당은 불편한 관계였던 불교계를 끌어안기 위해 ‘전통문화발전 특별위원회’도 만든다고 발표했다. 하루에만 두 개의 특위를 띄우기로 한 것이다.



 두 개의 ‘특별한 위원회’가 곧 한나라당 공식 기구로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특위가 생겼으니 이제 문제가 풀리겠구나”라고 생각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당내에선 특위 구성 소식에 “결론이 흐지부지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 사람이 더 많은 실정이다.



 그간 한나라당은 무슨 일만 생기면 특위부터 만들어 왔다. 그러나 특위에서 ‘특별한 성과’를 냈다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연평도 사건 때 한나라당은 ‘안보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미 정책위의장 산하에만 지역발전특위·지속가능한복지TF·빈곤탈출TF·일자리창출TF·서민주거안정TF 등이 운영되고 있다. 최고위원회 산하에도 서민특위·공천개혁특위 등이 있다.



 드러나 있는 특위만 10개 이상이고, 슬그머니 활동을 중지한 특위까지 따지면 수효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사무처 당직자들도 “그동안 툭하면 특위를 만들다 보니 몇 개인지, 어느 위원이 무슨 위원회를 맡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특위가 워낙 ‘홍수’이다 보니 기자와 만난 한 중진 의원은 “언제부터인가 ‘특별’이란 표현이 전혀 특별하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특위를 자주 만들었다. 늘 이렇게 특위는 만드는데 성과물을 수용하거나 활동을 지원하는 데는 소홀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 최고위원은 자신이 특위(공천개혁특위)를 맡고 있어서 당의 실상을 더 잘 알았을 것이다.



 한 의원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지도부는 기존 당 조직이 아닌 특위를 띄워서 관심을 끌거나 해결책으로 제시하곤 있으나 나중엔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이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그동안 만든 특위가 어떤 일을 해결했다고 발표한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면피용 또는 보여주기 위한 특위가 많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승현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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