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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학문탐구·직업교육 사이서 어정쩡한 대학들

중앙일보 2011.02.14 00:27 경제 8면 지면보기






허병기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졸업 시즌이 왔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설렘과 희망으로 들떠야 하지만 대학가 분위기는 영 침울하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6.1%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대졸 실업자가 34만 6000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올해 졸업하는 미취업 인원까지 더해지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그동안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노력이 중요하고, 학력 간 임금격차를 줄여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들은 옳다. 하지만 원론에 그칠 뿐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요즘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엇갈림(미스매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고졸자의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구직자에겐 설득력이 없다. 과거 대학 졸업자 대부분이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직장에 취업했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괴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대기업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은 거스르기 힘든 추세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보화·자동화는 인력 수요를 줄이게 된다. 경기가 회복되고 투자가 확대돼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우울한 졸업식 분위기를 축제 분위기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대안은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인 한국폴리텍대학의 2011년도 졸업예정자는 2월 7일 현재 90% 이상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졸업생 모두 취업이 예약된 캠퍼스도 있다. 취업률뿐 아니라 내용도 알차다. 절반 이상이 삼성· LG 등 대기업 취업자다. 초임 연봉도 4년제 졸업자의 평균연봉을 웃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올해 졸업자 중 지난해 1년제 테크니션 과정에 입학한 사람 중 47.7%가 대학 졸업자였다. 대학 때 배운 전공 지식과 폴리텍대학에서 배운 기술이 접목된 융합형(crossover) 기술인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폴리텍대학은 현장맞춤형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기업에서 직무적응 교육을 따로 하지 않고도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폴리텍대학 졸업생들은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도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학문 탐구와 직업교육 사이에서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학생들은 공부도 하고 취업 대비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업도 신입사원에 대한 추가 교육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대학교육을 실사구시 정신에 맞는 실용의 교육으로 고쳐야 한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은 완벽한 여인상을 조각한 뒤 그 조각상을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신에게 간구한다. 그의 간절함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피그말리온과 결혼시킨다. 타인의 기대나 희망에 부응해 행동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젠 고학력 청년실업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피그말리온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이스터 고교’ 정책은 그 좋은 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때 국민의 직업의식도 바뀌고 청년실업 또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허병기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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