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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미국서 자영업은 실패해도 개인이 파산 않는 이유

중앙일보 2011.02.14 00:26 경제 8면 지면보기






남성준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 경영대 조교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 생산액의 46%, 부가가치의 49%를 차지하는 경제의 줄기이자 뿌리다. 지난 10년간 대기업 고용은 61만 명이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379만 명이 증가했다. 특히 창업은 신규 고용 창출 및 경제 활력에 핵심이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위해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얼마나 상생하는지 측정해 동반성장지수를 만들고, 이를 대기업의 정부 입찰 등에 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생은 서로가 힘의 균형을 맞춰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초등학생 비만이 문제라고 정부가 초등학생의 학업성적을 햄버거를 먹으면 3점, 콜라를 먹으면 1점 감점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우리 경제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납품 문제보다 자영업자와 법인 창업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의 두 배에 달한다. 음식점·옷집·가구점·빵집·수퍼마켓·세탁소, 이 모든 사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상공인 종사자 수는 350만 명에 달해 중소기업 종사자 수 283만 명보다 더 많다. 문제는 중산층 및 서민이 대부분인 이런 자영업자들의 규모가 영세할 뿐만 아니라 사업이 잘못돼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극빈층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법인은 사업에서의 채무가 법인에 한정되므로 원칙적으로 법인이 파산하더라도 개인의 재산은 지킬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회사 형태의 창업에 초점을 맞춰 세제 혜택을 준다. 개인사업자보다는 회사 형태를 권장하는 것이다.



 필자는 뉴욕에서 취미로 노래를 배운다. 재미있는 것은 개인 교습인데도 30여 명의 성악가·피아니스트·바이올리니스트가 모여 회사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첫 시간에 계약서를 쓰게 하고 매달 말 집으로 레슨비를 청구한다. 연락을 전담하는 직원이 있어 음악 강습을 체계적으로 사업화하고 있다. 유한책임회사로 회사 형태여서 채무는 회사에 한정되지만 세금은 조합으로 인정받아 내기 때문에 법인세가 따로 없다. 따라서 법인으로 하든 개인사업으로 하든 큰 세금 차이는 없다. 미국은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부동산 개발 임대 사업,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유한책임회사와 유사한 형태의 회사 형태로 운영한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소규모 사업은 개인사업자이거나 개인 간 거래로 한다. 법인으로 등록하려면 삼성전자와 똑같은 주식회사법을 적용받는다. 최근 자본금 규정은 없어졌지만, 법인 등록 시 25%에 이르는 법인세에 최고 35%의 개인소득세,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당연히 자영업자들은 법인보다는 개인사업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개인사업자는 공동 운영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가질 수 없다. 또 개인사업자의 동업은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게다가 사업과 가계 빚이 얽혀 있어 영세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이 영세한 것은 법인으로 갈 문턱이 너무 높고, 규제와 세금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이 법인의 법적 책임을 분리해 보호를 받고, 이로써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기업화로 나아가려면 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바꿔 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유한책임회사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법인세 감면 혜택이 빠진 데다 국회가 허송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통과되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법인으로 전환하는 데 법인세 감면은 핵심 중 핵심이다. 일본도 이 제도를 법인세 혜택 없이 도입해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꿈을 이루는 중소기업 강국이 되도록 유한책임회사법을 법인세 감면 혜택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키길 바란다.



남성준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 경영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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