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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인사하던 이재오, 박근혜 공격 왜

중앙일보 2011.02.14 00:25 종합 2면 지면보기



“마치 대통령 다 된 것처럼 … ”
연이틀 박 전 대표 견제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가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오 특임장관은 평소 “내 정치 일생의 마지막 소신이 있는데 그게 개헌이다”고 말한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되 대통령 권한은 대통령과 총리에게로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엔 아직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물론이고 친이계 소장파, 중립지대의 의원들이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이런 국면을 돌파하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 진영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개헌 공론화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의도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장관은 10일 인터넷에 “개헌을 위해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 나는 다윗이고 나의 상대는 골리앗”이라는 글을 남겼다. 11일엔 “대선 2년 전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건 국민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책개발 싱크탱크를 발족시키는 등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에선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면서도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개헌 문제에 우리가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장관이 자극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장관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면 한판 붙는 게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박 전 대표와 이 장관 사이의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여당의 구조다. 친이·친박계의 충돌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걸로 보이지만 당에 개헌 특별기구가 구성되고, 거기서 만든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쯤엔 양 진영이 격돌할지도 모른다. 이 장관은 “87년 현행 헌법이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꼭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13일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골리앗은 박 전 대표를 빗댄 게 아니다. 나는 지금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개헌을 하자는 것이지, 그걸 가지고 누구를 비판하고 말고 하자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친박계에선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장관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큰 박 전 대표의 힘을 빼기 위해 개헌하자고 하는 것”이라는 게 친박계의 시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바탕엔 박 전 대표와 이 장관의 오랜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인 1979년 이 장관은 경북 안동에서 시위를 주도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세 번째 옥살이를 했다. 당시 조서에 따르면 “영애를 비판했다”는 게 이 장관의 혐의 중 하나였다. 시위 전 안동댐에 들렀다 ‘박근혜양 방생기념비’를 보고 “유신의 실체”라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는 게 이 장관의 주장이다.



 이 장관은 2004년 한 인터뷰에서 당시 당 대표이던 박 전 대표를 향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주장에 박 전 대표는 “당의 뿌리가 3, 5공인 줄 모르고 왔느냐”고 맞받아쳤다. 이 장관은 2007년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의 수장을 맡으면서 박 전 대표 측과의 싸움을 진두지휘했다.



이듬해 18대 국회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박 전 대표 측은 ‘친박 학살 공천’ 주역으로 이 장관을 지목했다. 그랬던 이 장관은 공천 역풍에 휩싸였고, 총선 낙선이란 쓰라린 경험을 했다가 지난해 7월 보선에서 승리해 재기했다.



남궁욱·백일현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재오
(李在五)
[現] 대통령실 특임장관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45년
박근혜
(朴槿惠)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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