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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기류, 동해물 빨아들여 영동에 눈폭탄

중앙일보 2011.02.14 00:22 종합 20면 지면보기
강원도 삼척 110㎝, 동해 101.1㎝, 강릉 82㎝, 대관령 55㎝, 속초 42.8㎝. 11~12일 이틀 동안 동해안에 쏟아진 ‘눈 폭탄’의 양이다.


영동 100년 만에 110cm 폭설
10X20m 비닐하우스에 눈 1m 쌓이면
덤프트럭 4대 무게인 60t

 특히 11일은 ‘2·11 눈 테러’의 날이라 부를 만했다. 강릉에서는 77.7㎝의 눈이 내려 191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해와 울진에서도 각각 70.2㎝, 41㎝의 눈이 내려 역대 최고치였던 2005년의 기록(동해 61.8㎝, 울진 39.2㎝)을 갈아치웠다. 가뭄 해갈을 기대했던 이 지역 주민들은 폭설(20㎝ 이상)을 넘어 ‘집중호설(集中豪雪·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눈)’ 속에서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기상청이 설명하는 폭설의 원인은 차가운 북동기류가 따뜻한 동해 바닷물을 퍼올려 눈 융단폭격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눈 1㎝는 비 1㎜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눈은 강우량으로 따져도 50~110㎜나 된다. 영동 지역의 2월 평균 강수량 50~60㎜를 훌쩍 넘어선다. 한여름 강우량으로도 집중호우에 해당한다.



 눈송이 하나하나는 무게를 느낄 수 없지만 쌓이면 엄청나게 무거워진다. 특히 수분이 많은 습설(濕雪)은 수분이 적은 건설(乾雪)에 비해 훨씬 무겁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 10m, 길이 20m인 비닐하우스에 1m의 눈이 쌓일 경우 최대 60t이 넘는 하중이 걸린다. 비닐하우스 위에 15t 트럭 4대가 올라서 있는 셈이다. 통상 27㎝가량 눈이 쌓이면 비닐하우스가 붕괴되고, 1m 정도 쌓이면 슬레이트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번 폭설 피해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분석관은 “11~12일 폭설은 동해 남부 해상에 위치한 중간 규모의 저기압이 정체되면서 장기간 북동기류가 동해안 쪽으로 유입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동기류가 동해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수온 10~13도의 ‘따뜻한’ 동해 바다에서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게 됐다는 설명이다.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는 북쪽에서 밀려내려온 5㎞ 상공의 찬공기(영하 30도 안팎)와 만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눈구름이 크게 발달했다. 이 눈구름이 태백산맥에 부딪히면서 지형적인 영향까지 겹쳐 동해안 지역에 눈 폭탄이 내렸다는 것이다. 동해 남부 해상에 저기압이 정체된 것은 일본 남부 해상에 더 큰 저기압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압 두 개가 남북으로 대치했고, 일본 남쪽 저기압으로 인해 불어온 동풍이 동해 남부 해상의 작은 저기압을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동해안에는 14일 또 한 차례 눈 폭탄이 예고됐다. 기상청은 “북동기류의 영향으로 13일 밤부터 강원도 영동 지방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14일까지 이어지겠고, 주로 14일 오전에 많은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14일 자정까지 동해안 지역에 10~30㎝ 정도, 많은 곳은 50㎝ 넘게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정 예보분석관은 “14일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북동풍을 불러오는 저기압이 비교적 빨리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이번 눈은 11~12일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청은 14일 눈이 강원도 영서와 충북 북동 내륙지방으로 확대되고, 14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는 경기도 동부와 중부 내륙지방에서도 눈이 산발적으로 날릴 것으로 전망했다. 동해안 눈구름이 태백산맥을 타넘을 것으로 본 것이다. 전남 서해안과 제주도에서도 해상에서 생긴 눈구름으로 인해 14일 눈이 조금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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