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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민주화, 한국외교의 새 기회다

중앙일보 2011.02.14 00:19 종합 38면 지면보기
튀니지에 이어 중동의 대표 국가 이집트에서도 민주화 혁명이 큰 고비를 넘었다. 두 나라는 이제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민주정부가 곧 들어서게 될 것이다. 두 나라 국민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민주화 과정의 혼란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를 건설하기를 기원한다.



 두 나라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은 다시 알제리와 예멘 등 다른 중동 국가에도 확산되는 조짐이다. 33년 동안 권좌를 지켜온 예멘의 압둘라 살레 대통령, 1992년부터 이어진 국가 비상사태 아래 통치하고 있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도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직면해 있다. 왕정국가인 요르단과 바레인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마치 80년대 후반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 도미노 과정을 보는 듯하다. 중동의 민주화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진전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아랍 전체에 도도한 민주화의 물결이 흐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상황이다.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국제정치와 외교, 경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지금까지 중동 국가들의 민주화보다는 정치적 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 왔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중동의 민주화를 강력히 지원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의 대중동 전략의 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대중동 전략은 주로 경제관계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통해 많은 외화벌이를 하면서 성장과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이 같은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외교적으로 우리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실제로 이집트를 비롯한 많은 중동 국가가 북한과 더 밀접한 게 현실이다. 강력한 한·미 동맹이 핵심적인 국가 생존 전략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우리에게 정치·외교·경제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지금까지 중동과의 경제관계는 현지 집권세력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중동 각국과 맺은 거래 규모는 4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순수한 민간 차원의 거래는 거의 제로였다고 한다. 이는 중동 각국의 산업정책이 철저하게 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고 독재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된 탓이다. 그러나 민주화 바람으로 중동 국가들의 경제 권력도 민주화·민간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대중동 전략도 경제관계만 중시하는 정책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정치·경제·외교·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보다 전면적인 관계를 맺어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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