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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글 올리면 1원, 팔로어 1명당 1원 … SNS가 여는 기부 세상

중앙일보 2011.02.14 00:14 경제 15면 지면보기



[나눔의 진화 1] 인터넷 모금의 끝없는 변신



강원도 태백에 사는 핸드볼 선수 소영이(가명·17·왼쪽에서 둘째). 소영이는 몸이 아픈 아버지와 다운증후군 언니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훈련이 끝난 뒤에도 집에서 쉬지 못한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지난해 12월 다음 희망모금을 통해 660만원을 모아 소영이네 가족에게 전달했다.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끔찍한 기억을 남긴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금란(가명·55·여)씨는 기적적인 유일 생존자다. 20대 초반이던 1977년 여름 어느 날, 경기도 화성에서 귀갓길에 납치된 이튿날 머리와 손가락이 심하게 손상된 채 실신 상태로 발견됐다. 1년간의 치료 끝에 건강과 안정을 되찾았지만 불행과 고통의 그림자는 끈질기게 뒤를 밟았다. 1996년에 집안 부엌 보일러가 폭발해 큰 화상을 입었다. 2006년에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후 서울의 한 복지시설로 인도됐지만 돌보기 힘든 중증이라 지난해 6월 시설에서 나와야 했다. 요양병원으로 옮겼지만 치료비가 문제였다. 그때 나선 것이 인터넷이었다. 지난해 12월 한 네티즌이 모금 사이트에 이씨의 사연을 올리자 20일 만에 680만원이 모였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처럼 사이버 모금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우선 네티즌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도와줄 상대를 능동적으로 구해 정한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만든 기부사이트 ‘트윗나눔(www.twitnanum.org)’을 보자. 여기선 1년 동안 자신이 트위터에 올린 ‘멘션(글)’ 한 건당 1원씩, 또는 자신의 메시지를 읽는 팔로어 1명당 1원씩 기부할 수 있다. 지난해에만 728명의 네티즌이 낸 돈이 3100여만원 쌓였다. 트위테리안(트위터 사용자)들끼리 자선행사를 열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강당에서 열린 바자회 ‘1원의 행복 파티’는 행사장 임대부터 참가자 모집까지 모두 트위터상에서 이뤄졌다.



 트위터는 기존 시민단체나 모금기관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트위터에 올린 사연을 읽은 네티즌들이 링크를 타고 기부 페이지에 곧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해놨다. 모금 관련 글을 ‘리트윗(퍼나르기)’하는 네티즌을 대신해 한 건당 100원씩 기부하겠다고 나선 기업도 여럿 생겼다. 기업 사회공헌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장터에는 기부 앱이 잇따라 등장했다. 지난해 굿네이버스와 ‘아름다운 재단’이 출시한 이 앱에 접속하면 1분 안에 후원 절차가 끝난다.



 대형 포털이 운영하는 기부 홈페이지도 인기다. 인터넷 모금 사이트 ‘네이버 해피빈(www.happybean.naver.com)’에선 유네스코 등 5000곳 넘은 구호단체가 네티즌과 직접 소통한다. 단체마다 ‘해피로그’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자원봉사자를 모으고 기부금을 받는다. 네이버는 이런 사이버 공간을 제공하고, 모금에 서투른 영세단체 상담·교육 과정도 맡는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희망모금(hyphen.daum.net/request)’은 모금 제안부터 집행내역 검증까지 네티즌이 주도한다. 우선 네티즌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 등을 돕자는 청원 글을 올린다. 사연에 공감해 서명한 네티즌 500명이 모이면 심사 후 모금이 시작된다. 신용카드로 송금하거나, 응원 댓글을 달면 다음 측에서 100원을 대신 기부한다. 고통을 겪는 이금란씨 모금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모인 돈은 이씨의 경우처럼 병원비 등 용도를 특정하고, 집행내역은 인터넷에 추후 공개된다. 다음은 심사에만 관여한다. 외부기관으로 구성된 심사단은 사안의 진위 정도만 따진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방만한 운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오프라인 모금이 된서리를 맞았다. 개인이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돈은 지난해 458억여원으로, 전년 대비 98억원 급감했다. 반면 인터넷 모금은 꾸준히 늘었다. 다음 희망모금은 첫해인 2008년 5억1000만원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7억9900만원까지 늘었다. 네이버 해피빈은 2005년 7월 개설 후 지금까지 60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240여억원을 기부했다.



 인터넷 모금의 장점은 무엇보다 투명성과 편리함이다. 육심나 다음 사회공헌팀장은 “막연하게나마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인터넷에 들어가 보라”고 권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마당에 인터넷상에서 모금부정이 일어나기는 힘들다. 메일을 보내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화답하는 것만으로 기부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모금대상도 다양하다. 아이티 지진 같은 먼 나라의 일에서부터 독도 한국땅 알리기 광고비 모금 등 크고 작은 이슈가 많다. 2009년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 모금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 모금은 아직 돈을 제대로 모으지 못해 기부를 기성세대의 일처럼 생각하던 20, 30대의 생각을 바꿔가고 있다. 굿네이버스의 경우 지난해 신규 등록한 월 1만원 이상의 정기 기부자 15만 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인 5만3000여 명이 SNS를 통해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단체의 윤보애 대리는 “그만큼 20, 30대 젊은 층의 기부가 많이 늘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한길 기자



창조 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과 뉴 테크놀로지·뉴 아이템·신상품에 숨은 비밀 등을 다룹니다. 해외 조류는 물론 창의성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과 관련 서적, 예술 활동 등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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