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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대통령·장관들이 지적한 비싼 기름값 진실은

중앙일보 2011.02.14 00:09 경제 2면 지면보기



OECD 보통휘발유값 비교
한국이 평균보다 3.2% 싸





“우리나라 세전 휘발유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2월 9일 경제정책조정회의)



 “내가 회계사 출신이다. 직접 기름값 원가를 계산해 보겠다.“(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2월 10일 기자들과의 대화)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한 이후 장관들도 연일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장관들의 발언은 정확한 수치와 분석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한국의 세전 휘발유값이 OECD 국가보다 비싸다고 하기 어려웠다.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조사해 공개하는 OECD 각국의 휘발유·경유 가격을 본지가 들여다본 결과다.



 윤 장관은 이달 9일 “세전 휘발유값이 OECD 국가보다 높다”면서 고급 휘발유 가격을 내보였다. 한국이 OECD 평균보다 13.2%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 운전자들이 주로 쓰는 보통 휘발유는 한국이 쌌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셋째 주를 기준으로 한 보통 휘발유의 세전 소비자가격(소비자가에서 세금을 뺀 것)은 한국이 L당 914.5원으로 OECD 평균(944.3원)보다 3.2% 저렴했다.



 윤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기름값은) 그동안 국제 가격과의 비대칭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고도 했다. 가격 비대칭성이란 ‘국제 유가가 오를 땐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 값을 득달같이 올리면서, 국제 유가가 떨어질 땐 잘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렇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2009년 서울대 경제연구소에 의뢰해 1997년 1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가의 관계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원유값이 L당 1원 오를 때 국내 휘발유값은 L당 0.63원 올랐고, 반대로 원유값이 1원 떨어지면 국내 휘발유값은 0.81원 하락했다.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회계사인 내가 직접 원가를 들여다보겠다”는 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유업계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가를 계산해 영업이익을 발표할 때 이미 회계사들의 감사를 받는다”면서 “그럼에도 원가구조를 직접 뜯어보겠다는 최 장관의 발언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권혁주·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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