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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이집트 미래 만들 미국의 힘 제한적”

중앙선데이 2011.02.12 23:22 205호 4면 지면보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을 짓밟은 독재자였다. 하지만 동시에 중동 안정을 유지시킨 미국의 30년 동맹이었다. 1981년 무바라크 집권 후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선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포성이 멈췄다. 미국은 독재자 무바라크를 오래 후원했다.

무바라크 떠난 이집트, 고민 커지는 미국

그런 무바라크가 시민의 힘으로 물러났다. 그의 퇴진은 ‘민주주의 옹호’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 유지’라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과제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남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역사적 순간”이라고 일단 무바라크 퇴진을 환영했다. “미국은 계속 이집트의 친구이자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집트 새 권력은 유동적이어서 고민이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군 엘리트가 시위를 이끈 야권 세력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AP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조차 미국이 이집트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은 제한돼 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우리가 상황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 미국 당국자의 영향력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 시위를 거친 만큼 이집트 새 정권은 국내적으로 다양한 정치세력의 이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무바라크가 지난 30년간 해온 식으로 미국의 이해를 일방 추종하는 정책결정은 어렵다.

새 정부가 ‘무슬림 형제단’과 같은 이슬람 세력에 영향 받는 것은 미국이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현재의 혼란이 이란식 이슬람 혁명으로 이어져 이집트가 동맹으로 남지 않는 것을 넘어 적대세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와 언론에선 이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랐다.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무슬림 형제단이 유력한 세력으로 부상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무슬림 형제단과 극단주의자들이 이번 사태로 권력을 잡고 개입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무바라크 퇴진은 미국의 이해를 해치는 방향으로 중동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바라크의 이집트는 미국의 대중동 정책 거점이었다. 무바라크 때문에 이집트 민주주의는 사라졌지만 중동 전쟁도 사라졌다. 연간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이집트 군사·경제 원조는 이런 동맹을 유지한 힘이었다. 미국은 중동 안정을 내세워 다른 동맹 아랍국의 국내 억압에도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2004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자유 확산이란 새 중동정책을 들고 나왔다. 미군은 민주화를 내세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 무바라크엔 절차적 민주주의를 요구했고 이집트는 2005년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총선에선 ‘절차적 민주주의’를 활용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이 88명이나 의회에 진출했고 시민들 사이에서 ‘키파야 운동’이 확산됐다. 위기감을 느낀 무바라크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부정선거에 나서자 이에 대한 분노가 무바라크 퇴진으로 이어졌다.

이집트에 있는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 이마드 가드 정치부장은 “무바라크의 사퇴 거부는 백악관을 놀라게 했다. 민주화나 인권보다 안정을 우선해온 미국으로선 사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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