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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객 90%, 가격비교 이용”

중앙선데이 2011.02.12 23:09 205호 24면 지면보기
“10년 전 컴퓨터 부품을 사러 가는 길에 들렀던 고객들이 이제는 가전제품과 자동차용품 값을 확인하러 옵니다. 요즘은 골프채를 주문하는 40대도 드물지 않습니다.”
가격비교 전문 사이트 다나와의 손윤환(50·사진) 대표는 “네이버·이베이 같은 덩치 큰 경쟁자들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PC통신 시절부터 쌓아온 신뢰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가격비교 사이트는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어디서 사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손윤환 대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규모가 2001년 3조원 남짓에서 지난해에는 20조원을 넘어섰다. 대형마트(33조원)·백화점(21조원)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이베이가 인수한 옥션·G마켓, SK텔레콤이 운영하는 11번가 등이 대표적인 오픈마켓이다. 오픈마켓은 수많은 판매자가 입점해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연내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이마트온라인몰·H몰·CJ몰처럼 유통업체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도 갈수록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손 대표는 “33개 주요 온라인 쇼핑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가 가격비교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가격비교 결과를 클릭해 해당 쇼핑몰로 들어가는 경우도 30%에 달한다. 이베이 관계자를 만나보니 ‘미국에서는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나오는 매출 비중이 10% 정도인데 한국은 대단하다’고 감탄하더라.”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가격비교 사이트의 전망은 밝다. 그렇다고 다나와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무게 있는 경쟁자가 속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NHN이 2004년부터 ‘네이버 지식쇼핑’이라는 가격비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옥션도 지난해부터 ‘어바웃’이라는 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문 가격비교 사이트 가운데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다나와보다 2년 먼저 문을 연 에누리닷컴 정도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오미·샵바인더·베스트바이어 등은 영향력이 크게 약해졌다. 손 대표가 전문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네이버가 오픈마켓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이베이와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 초부터 네이버 지식쇼핑에는 옥션·G마켓의 가격이 안 나온다. 이베이에서 정보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옥션의 어바웃도 비슷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다툼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다나와는 그만큼 정확하고 다양한 가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다나와의 뿌리는 용산전자상가와 PC통신이다. 1990년대 컴퓨터 매니어들은 하이텔·천리안 등의 동호회에 모였다. 이들은 수천 개의 용산 컴퓨터 부품업체를 헤매며 얻은 가격 정보를 게시판에 올려 공유했다. 발 빠른 일부 업체들은 매일 판매가격을 공개했다. 대한항공에서 전산을 담당하던 성장현 대표가 여기에 주목했다. 90년대 말부터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이런 가격 정보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는 집에서 부인과 함께 다나와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전업 사이트 운영자로 변신했다. 2000년 2월이었다. 성 대표와 인하대 전산과 동문인 손 대표도 이 무렵 합류했다. 원래는 데이터베이스 전문업체인 로터스코리아에서 근무했다. 로터스가 IBM에 합병되면서 직장생활을 마친 참이었다.

“이민을 갈까, 다른 회사에 들어갈까 고민하는데 성 대표가 ‘도와달라’고 했다. 그냥 ‘동업하자’는 제의를 했으면 사양했을 텐데 ‘친구야, 혼자 일하려니 심심해 죽겠다. 같이 하자’고 부탁하는데 뿌리칠 수 없더라. 그래서 ‘네 집으로 출근할 수는 없지 않느냐. 사무실을 내면 가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서울 목동에 27평 오피스텔을 얻었다. 그렇게 사장 두 명에 여직원 한 명인 회사가 만들어졌다. 창업 때부터 성 대표가 연구개발과 사이트 운영을 맡고, 손 대표는 관리와 경영을 책임졌다. 직원은 200명 가까이로 늘었지만 여전히 사무실은 목동에 있고, 공동경영 방식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200억원에 영업이익 70억원인 알짜 회사로 키웠다. 지난달 24일에는 코스닥에 상장도 했다. 상장 당일 2만9100원까지 갔던 주가는 최근 1만5000원 선으로 떨어졌다.

성 대표는 “초기 주가가 공모가(1만4000원)보다 너무 높이 형성되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다양한 전자제품 유통을 담당하는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발돋움하는 것이 손 대표의 꿈이다. 특히 다나와의 뿌리인 조립 컴퓨터 유통을 고려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붙인 조립 PC를 팔고 운영체제(OS) 설치 서비스, AS 쿠폰 판매 등으로 추가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비자도 골치 아픈 수리 등을 믿을 만한 곳에서 맡아주면 값싼 조립 PC를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다. 그러자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로터스에 근무할 때다. 성 대표가 새벽에 ‘윈도 관련 질문이 올라왔는데 답을 해달라’는 전화를 할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답을 올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사이트에 가보면 ‘이 시간에도 답을 해준다. 놀랍다’는 리플이 달려 있곤 했다.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다나와는 커뮤니티가 강하다.”

이런 고객들이 결국 성장의 발판이 됐다. 20대이던 사용자들이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면서 자연스럽게 가전·자동차·레저용품을 검색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2007년 이후 연 20%씩 성장하고 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현재 다나와에는 매일 45만 명이 접속해 평균 18분씩 머무른다. 접속자당 이용 시간이 지식쇼핑(6분)의 세 배다. 여기에 7000만 개 이상의 가격정보를 수집하는 10년 노하우를 갖췄다. 손 대표는 “우직하게 한눈 팔지 않고 한 우물만 고집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용자의 85%가 남성인데 패션·화장품 등으로 여성 이용자를 늘려가면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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