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이 장 교수에게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 좌·우파 경제학자들이 무기력한 탓”

중앙선데이 2011.02.12 22:07 205호 6면 지면보기
“장하준 교수 책의 인기는 한국 경제학계의 무기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좌·우파의 장하준 논쟁에 대해 서울대의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에게 관전평을 부탁했다.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사람이 좀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사회학 전문가답게 대중을 중심에 놓고, 장 교수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진단했다.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관전평


“한국 국민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마다 찾아오는 경제위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잊을 만하면 경제위기가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는 꼴이다. 경제위기 한파에 시달리는 대중에게 사전에 경고라도 해주는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제대로 하지 못해 대중이 장 교수의 말과 글에 열광한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물론 국내 전문가들이 경고하거나 조언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며 “하지만 그들의 말이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의 책은 혼돈의 시대에 대중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시장의 약속, 풍요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박탈감을 느끼는 대중이 그의 명쾌한 설명에 매료당하고 있다.”

그런데 좌·우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대중에게 도달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송 교수는 경제학자나 분석가들의 ‘전문가의 함정’을 꼽았다. “그들은 아주 전문적이고 수리적인 언어로 그들만의 대화를 했다”며 “대중이 이해할 수 있고 헤아릴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같은 미국 경제학자들은 전문적인 논문만 쓴 게 아니다. 칼럼 등으로 대중과 소통하면서 위기를 사전에 경고했다. 하지만 국내 경제학자들은 일이 벌어진 뒤에야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꼴이었다. 마치 미네르바가 해가 진 뒤에야 날개를 펴고 나서는 모양새다.”

장 교수가 이번 책을 통해 내놓은 주장을 좌·우파 경제학자들이 공격하는 모습에 대해 송 교수는 “미시적 사실들을 전문가의 눈으로 검증하면 『…23가지』는 너덜너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자의적인 해석으로 드러나 책의 정확성이나 엄밀성 측면에서 형편없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내가 보기에도 장 교수 논리에는 적잖은 문제점이 보인다. 예를 들면 그는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 옛것을 끌어다 썼다. 바로 정부 개입을 정당하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왜 힘을 얻었는가. 정부의 무능과 비효율 때문이었다. 지금 문제를 비판하고 해결하기 위해 문제투성이였던 이전 것을 빌려다 쓴 셈이다.”

그렇지만 송 교수는 장 교수 논리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장 교수가 한 말이 부분 부분 오류로 드러났다고 해도 그의 주장 전체가 의미 없어지는 게 아니다. 바로 이 점이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송호근(55) 교수는 이른바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사회학자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문 칼럼 등을 통해 지식과 대중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쪽이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