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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의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2011.02.12 21:45 205호 31면 지면보기
얼마 전 여권 핵심 인사를 만났더니 민심 걱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역 분위기가 냉랭한데 구제역 같은 민생 문제까지 겹쳐 고민이란다. 분당을·김해을 지역의 4·27 재·보선 공천을 거론하면서다. ‘제2의 강남’ 분당이라면 한나라당의 절대 강세 지역 아닌가. 그는 “지난해 성남시장 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6%포인트 앞섰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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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를 넘나든다. 역대 4년차 대통령으론 이례적으로 높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는 차기 대권 레이스의 절대 강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그런 두 사람이 끌어가는 여당이 왜?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총선 위기감은 컸다. 한결같이 “지역구 골목을 돌고 있는데…”라며 전화를 받았다. “새벽 5시부터 지역구 활동에 올인한다”는 의원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 광역의원 후보들은 38%의 지지율을 얻었다. 당 지지율은 대략 그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야권 후보가 단일화되면 여당 후보가 패하는 구도다.

정치생명이 걸린 의원들이야 말할 게 없지만 대선(2012년)을 앞둔 총선은 한나라당에도 의미가 크다.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연말 대선에서 이긴다 해도 여소야대 국회라면 대통령의 힘은 뚝 떨어진다.

이런 고민 속에서 한나라당은 개헌 논란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시대 상황에 맞춰 헌법을 손보자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반대쪽에선 국민 관심도 없고 정파 간에 의견 접근이 안 돼 어렵다는 불가론으로 맞선다. 일부 언론의 조사에선 18대 의원 90%가 개헌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80%는 개헌이 안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안 되는 줄 알면서 불을 지피는 당 지도부, 안 된다며 아예 무시하는 반대 진영. 양자 사이 대결에는 출구가 없다. 오히려 감정 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개헌 추진 쪽에선 명분을 앞세워 불씨를 키워갈 태세다. 반면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전면 대응으로 돌아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 정치에서 집권 4년차의 개헌 카드는 늘 정략적이란 의심을 받아왔다. 대통령의 장악력이나 후계 구도와 맞물려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선·대선 시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임기를 스스로 단축할 수 있다”는 배수진으로 이런 의심을 떨쳐 버리려 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한나라당이 이런 의심에서 자유로우려면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내놓아야 한다. 세상 흐름과 헌법 조문이 맞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왜 그런지 뚜렷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게 권력구조 문제라면 당이 아닌 대통령이 나서는 게 떳떳하다.

진정성이 교환돼야 친이-친박 대립에 출구가 생긴다. 출구가 있어야 덧셈의 정치도 가능하다. 3당 합당한 민자당이나 DJP(김대중+김종필)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모두 덧셈의 정치로 대선에 승리한 사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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