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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 신랑’이 섹시하다

중앙선데이 2011.02.12 21:36 205호 18면 지면보기
결혼 3년차 T씨 부부는 성문제로 각자 답답함만 토로한다. 남편 T씨는 아내가 신혼 때와 달리 신호를 보내도 핑계를 대거나 짜증만 낸다고 한다.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의 접근방식에 불만이 많다. 그 분위기라는 게 뭔지, 남편이 느닷없이 끌어안는 게 싫다. 성행위를 하자며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것도 싫고, 번쩍 들어 침대에 내동댕이치는 것도 너무나 싫다. 연애 때는 나름 섬세한 구애에 자칭 연애박사라고 하더니 요즘은 불쑥 혀를 들이대며 침 범벅을 만들거나 우악스럽게 거친 자극만 쏟아 부으며 아내가 흥분하길 바란다.

흔히 관계에 익숙해지면 남성들은 너무 단순하고 즉흥적으로 성행위를 이끈다. 직접적이고 거친 스킨십에 아내가 달아오를 것이라 여긴다. 실제로 스킨십은 여성의 성 흥분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성 반응은 어디까지나 성욕기·흥분기·절정기의 단계를 거치는 게 자연스럽다. 심신의 흥분기보다 이전 단계인 성욕기에는 지나친 육체적 자극만으로는 오히려 여성의 성 반응이 억제될 수 있다. 이보다는 여성들이 말하는 분위기와 관련된 또 다른 요소들에 남성들이 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아내의 성욕을 이끌 수 있습니까?” 해답은 과거의 여러 연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전의 연구들을 보면 성관계 외에 평소 아내와 더 자주 친밀한 접촉을 가지는 남편들이 아내와 성생활도 원만하다. 그런 남성들을 관찰해보면 집안일을 더 잘 도와준다는 연구가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콜트레인 박사 팀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집안일을 2배로 하는 남성의 경우 이로 인해 더 나은 성생활을 할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남편의 집안일 배려에 아내의 결혼 만족도와 행복감이 증가하고 부부갈등도 감소하는 측면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콜트레인 박사는 남편의 집안일 기여도와 성관계 빈도는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심리학자인 콜맨 박사는 부부가 집안일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성관계 횟수와 여성의 성적 수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아내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에게 더 큰 성적 관심과 애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리를 하는 남성의 모습에 성욕을 느낀다는 여성의 흔한 표현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성생활을 더 하고 싶으면 집안일을 도와줘? 한국 남성들은 이런 연구결과에 볼멘 소리를 많이 한다. 회사일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성행위 한번 하려고 또 집에 와서까지 일까지 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집안일을 돕는다는 것이 굳이 매일 일거리를 나눠 많이 해주라는 말과는 다르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적어도 성행위를 원하는 때엔 신호를 직접적인 육체적 자극으로 보낼 게 아니다. 요리나 설거지를 도와주고 옷가지를 함께 정리해주는 자상한 모습에 여성은 쉽게 끌릴 수 있다.

필자 앞에서 자신은 성 박사라고 자화자찬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말초적인 성적 기교를 자랑한다. 하지만 오히려 여성의 이런 성심리를 잘 이해하는 남성이 진정한 고수다. 전통적인 관념에 집착해서 가사일 돕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고, 집안일 정도야 우렁 각시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남성들은 반성하길 바란다. 아내와의 성생활에 자연스러운 시동을 걸기 위해선 가끔 남편이 ‘우렁 신랑’이 되는 것이 여성에게 더욱 섹시하게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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