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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스타들 깜짝 등장, 음반숍에도 추억 찾는 발길

중앙선데이 2011.02.12 16:28 205호 4면 지면보기
올해 설 특집으로 방송돼 화제를 모은 MBC ‘놀러와-세시봉 콘서트’를 뒤늦게야 찾아봤다. 음악이야말로 한 세대를 구분 짓는 가장 좋은 이름표라는 사실과 함께, 시대를 넘어선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방송이었다. 무엇보다 이 기획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건, 한국에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버라이어티 방송의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토크와 음악의 훈훈한 결합’이라는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성공시킨 제작진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세시봉 콘서트’와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음악과 토크쇼가 함께하는 ‘음악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은 일본 음악방송의 오랜 특징이기도 하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일본 버라이어티에도 옛날 노래 붐


메인 시간대에 방송되는 일본의 음악 프로그램 중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수들이 차례로 나와 노래를 부르는’ 음악방송은 TV아사히의 ‘뮤직 스테이션’ 정도밖에 없다. 후지TV의 장수 음악방송 ‘헤이헤이헤이(HEY! HEY! HEY!)’나 TBS의 ‘더 뮤직아워’ 등은 모두 토크 버라이어티와 음악을 결합한 형식이다. 가수나 배우, 스포츠 스타들이 나와 갖가지 게임이나 토크를 하고, 중간 중간에 출연 가수들이 노래를 부른다. 물론 음악방송을 내세우는 만큼,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만은 제대로 음향을 갖춘 무대가 마련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음악 버라이어티 방송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 역시 세시봉 기획과 같은 ‘옛날 노래 특집’ 이다. 요즘 일본의 오락프로에는 과거 인기 있었던 음악과 가수를 소개하는 코너가 하나씩은 꼭 포함돼 있다. ‘헤이헤이헤이’에서는 수십 년 전 같은 달에 히트했던 음악의 뮤직비디오나 방송 출연 장면을 편집해 보여주는 ‘지금 듣고 싶은 명곡’이라는 코너가 인기다. 현재 방송 홈페이지에선 ‘1986년 2월의 히트곡’을 뽑는 시청자 투표가 이뤄지고 있는데, 당시 오리콘 차트를 휩쓸었던 혼다 미나코(사진)의 ‘1986년의 마릴린’이나 아이돌 그룹 ‘소년대’의 ‘가면무도회’ 등이 후보에 올라 있다. 방송에 출연한 젊은 가수들이 진행자와 함께 과거의 클립을 보며 음악에 얽힌 추억담을 나눈다. 물론 왕년의 스타들이 게스트로 깜짝 등장해 라이브를 들려주는 경우도 많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방송 중 하나도 이렇게 ‘추억과 음악’을 결합한 기획이다. TV아사히 ‘오네가이 랭킹’이라는 정보 프로그램의 새 코너 ‘스트라이크 뮤직’이다. 이 프로에는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 연예인 3명이 나와 자신들의 청춘을 풍미한 음악을 선곡한다. 한 사람이 ‘내 청춘의 노래’ 랭킹을 발표하면 다른 출연자들이 이 노래가 동년배인 자신에게도 와 닿는지, 즉 ‘스트라이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형식. 최근 방송에서는 배우 고이즈미 고타로, 그룹 ‘맥스’의 레이나 등 1978년에 태어난 3명의 연예인이 출연해 칸(KAN)의 ‘사랑은 이긴다’와 ‘모닝구무스메’의 대히트곡 ‘연애 레볼루션21’ 등과 같은 80~90년대 인기곡들을 소개했다.

몇년 전부터 급격히 늘고 있는 일본 방송들의 ‘추억 팔기 기획’은 중장년층 세대의 지갑을 열어 침체된 음악시장을 살려보려는 의미도 크다. ‘놀러와’ 출연 후 세시봉 가수들의 콘서트가 성황을 이룬 것처럼, 일본에서도 이 같은 방송이 나온 다음날엔 레코드숍에 과거 음반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세시봉 기획의 성공으로 한국에서도 음반시장의 활성화까지 이끌 수 있는 수준 높은 음악 버라이어티 방송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 본다.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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