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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달라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잘 이어진다”

중앙선데이 2011.02.12 16:17 205호 3면 지면보기
‘일본은 줄곧 전통과 현대가 공존해온 나라였다. ‘和’ 스타일을 새삼 조명하는 이유는?
“19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사람들은 ‘우리는 누구인가?’ ‘지금 우리는 무엇을 만드는 게 옳은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2000년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런 가운데 80년대 탄생한 MUJI(자연 소재로 친환경 미니멀 디자인을 추구하는 일본의 인기 생활용품 브랜드)처럼 심플하고 장식이 없는 디자인을 표준으로 알고 사용해온 20~30대가 지금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산지(産地)를 기억하자’ ‘지금의 해석으로 전통을 살려내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중요한가’를 다시 생각해볼 좋은 시기다.”

공동 큐레이터 가와카미 노리코 (21_21 디자인사이트 부관장)


현대 일본디자인에 있어 전통공예가 갖는 의미는 뭔가.
“일본은 공업자원이 없고 오직 연구하고 궁리해서 생활을 풍요롭게 해온 나라다. 궁리의 즐거움을 느끼는 문화배경이 계승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로, 공예를 새롭게 재발견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최첨단 소재를 연구하는 일이나 전통 소재를 연구하는 일에 똑같이 흥미를 느낀다. 옻칠로 만든 스피커처럼 현대적 일상용품을 만드는 데 전통공예를 시도한다. 도쿄의 디자이너가 자기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산지의 공예가를 찾아나선다. 산지의 공방도 전통공예 계승을 위해 디자이너의 도움을 구하곤 한다. 지금은 실험이 시작된 단계다. 실험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된다면 공예도 계승되고 제품 유통도 활발해질 것이다.”

전통공예와 산업의 협업으로 가장 성공한 제품이라면?
“히로시마의 목공가구 메이커 ‘마루니’와 후카사와 나오토의 의자 ‘히로시마(사진6)’를 꼽을 수 있다. 마루니는 공예의 공업화를 추구하는 회사로, 어떻게 하면 예부터 내려온 제조의 미의식과 섬세함을 살려낼 것인가를 궁리한다. 후카사와를 초빙하여 디테일까지 섬세하고 부드럽게 만든 의자는 매우 많이 팔렸다. 손으로 장인이 만들던 것을 기계를 적절히 이용했다. 현대적인 물건이지만 공예정신이 살아있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한국은 공예와 산업의 협업이 드물다. 공예의 산업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한국은 산업이 매우 활기가 있는 나라다. 공예 면에서도 멋진 전통이 있다. 다만 손으로 만들어온 역사를 다시 생각하도록 앞장서 전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전시가 공예를 다시 보고 제품과 조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서로 이어지지 않을 듯한 것들이 실은 잘 이어진다는 점이다. 옛것과 지금의 것을 연결할 수 있는 발견을 위해서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예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손을 써서 물건을 만드는 정신’이라고 이해한다면 좀 더 폭넓게 제품화의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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