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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아시아 1위 등산화 ‘트렉스타’ 권동칠 대표

중앙일보 2011.02.12 00:50 주말섹션 12면 지면보기



‘뭐가 문제일까’ 먼저 살피죠





특수화를 주로 만드는 트렉스타의 권동칠(56·사진) 대표는 생각이 삐딱하다. 어떤 물건을 볼 때 항상 잘못된 것을 찾으려고 한다. 제품도 남들 다 만드는 것은 생산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세계신발박람회에 가서도 직원에게 다른 회사 신제품을 보지 못하게 한다. 다른 회사와 단순히 겉모습만 경쟁해서는 판을 뒤집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내놓은 제품은 처음엔 모두 비웃음을 샀다. 1994년 한창 통고무·통가죽의 등산화가 유행할 때 무게가 10분의 1에 불과한 가벼운 등산화를 선보였다. 첫 반응은 이렇게 가벼운 등산화로 어떻게 험준한 산을 오르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신발을 들고 산으로 달려갔다. 등산객에게 신발을 빌려주고 내려올 때 갈아 신도록 했다. 이 등산화의 편리함이 입소문 났고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결국 그의 경등산화는 세계 등산화의 표준이 됐고, 트렉스타는 등산화 부문에서 아시아 1위에 올랐다. 딱딱한 플라스틱이던 인라인스케이트화를 등산화처럼 가볍게 만들었을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그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신발만 20여 종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앞부분이 동그랗지 않고 발 모양처럼 울퉁불퉁한 등산화를 선보였다. 이 신발로 트렉스타는 ‘2010 대한민국디자인대상’ 디자인경영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연매출(2010년 기준) 1515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제치고 최고 권위의 상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j가 그를 만났다.



글=김창규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는 신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뭔가요.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산업 자체가 점점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신발산업은 달라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매년 5~8%는 성장하는 산업입니다.”



●0년대 중반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잖아요.



 “신발을 만드는 전 과정이 아니라 신발 제조만 신발산업이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국내에서 신발산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었어요. 외국의 유명 브랜드가 디자인을 주고 주문하면 국내 업체는 제조만 했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신발을 만들까 기획하는 겁니다. 그리고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요. 그 다음 제조·마케팅·애프터서비스(AS)가 이어집니다. 사실 전체 신발 생산을 놓고 볼 때 제조의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해요.”



 부산 동아대(경제학과)를 나온 그는 81년 28세에 부산의 대표적 신발 제조업체인 세원에 입사했다. 입사 6년5개월 만에 독립해 신발 OEM 회사인 동호실업(트렉스타 전신)을 창립했다. 30년간 몸담은 산업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사양산업’이라는 말에 그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더욱이 트렉스타는 등산화뿐만 아니라 스키·하키·인라인스케이트·오토바이용 신발 같은 특수화를 만들기 때문에 사양산업이라는 건 맞지 않아요. 앞으로도 몇십 년 동안 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봅니다. 특히 아시아 1위인 등산화는 매우 빨리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60% 이상 늘었고요. 올해는 8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트렉스타는 한국군 특전사를 비롯한 여러 특수부대에 오래전부터 군화를 납품해 오고 있다. 2009년부터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사병 군화도 납품하고 있다. 또 인도·프랑스·영국·스페인에도 군화를 수출한다.



●OEM으로 사업을 시작하셨죠.



 “94년부터 자체 브랜드를 생산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전체 매출에서 자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 됩니다.”









트렉스타가 개발한 주요 신발.



●발 모양처럼 울퉁불퉁한 등산화(네스핏)는 어떻게 만들게 됐습니까.



 “휴머니즘이랄까, 제품을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인류가 더 편해질까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앞부분이 동그란 기존 신발은 만들기가 쉬워요. 하지만 발 모양대로 앞부분을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제작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작비도 많이 들지요. 기존의 신발은 생산자의 편의대로 골격을 만들어 사람의 발 중 가장 긴 엄지발가락보다는 두 번째 발가락 부분이 더 긴 형태가 된 겁니다. 이런 신발을 신으면 발 모양이 변형되고 발가락도 중앙으로 모이게 되지요. 그래서 2만여 명의 발 모양을 연구해 새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은 외국인이 더 좋아합니다.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고 있어요. 참 분위기가 달라요. 한국인은 좀 매끈하게 해줄 수 없느냐고 묻는데 외국인은 더 울퉁불퉁하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요.”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손을 쓰지 않고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등산화, 복사뼈에 있는 경혈을 자극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신발, 내부의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신발 등을 개발하고 있어요. 일부 제품은 1~2년 내 상용화될 겁니다. 또 우주인용 신발도 만들 생각이에요.”



●이렇게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려면 연구개발(R&D) 인력이 많이 필요하겠습니다.



 “전 세계 2300명 직원 가운데 부산 본사에 있는 200여 명의 인력은 모두 R&D 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부서 직원이 밤늦게 토의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니까요. 신발 무게 1g 줄이는 데 상금 100만원을 걸기도 했습니다.”



●사업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있을 텐데요.



 “지방(부산)에 있는 데다 업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리고 2004년 트렉스타가 국내 인라인스케이트 시장의 70%를 차지했는데 갑자기 인라인스케이트 열풍이 꺼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지요. 그래서 본사 직원도 8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회사에 다니던 아내도 해고했습니다. 2년 동안 회사 월급 안 받고, 1년 동안 지하철 타고 출근하며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하루 세 끼를 먹어본 기억이 없다고 한다. 밥도 고구마나 감자가 대부분이었고 사이사이에 보리나 쌀이 끼여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릴 적 가난이 사업에 영향을 미쳤나요.



 “어릴 때는 생각이 삐딱했어요. 정도를 안 가려고 했지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기존 제품 등을 보며 ‘왜 이렇게 할까’ 의문을 갖게 되고, 그렇다 보니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모든 게 잘못됐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다 보면 창의적인 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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