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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정권 바뀌는 한국이 정말 부러워”

중앙일보 2011.02.12 00:30 종합 12면 지면보기



시위 현장의 한국 노동자 출신 알리





“한국 사람?” 시위가 한창인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10일 밤(현지시간) 이집트인이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의 이름은 알리(37·사진)였다. 이집트 직물 회사에서 일하던 2001년 기계를 사기 위해 한국으로 동료들과 출장을 갔다가 한국에 주저앉았다. “출장 전 한국에서 일하면 돈을 모을 수 있다고 친구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집트 북부지역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고학력자였지만 한국에서는 안산·일산·부천의 주물 공장, 금속가공 공장에서 막일을 했다. 6년을 꼬박 채우고 돈을 좀 모아 귀국, 고향에 작은 의류 공장을 차렸다. 하지만 최근 문을 닫았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 매출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일하면 돈 모아, 이집트에선 일하기 어려워, 일해도 돈 못 모아, 밥 먹기도 어려워.” 서투른 한국어였지만 의사 표현이 분명했다. 알리는 일주일째 타흐리르 광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위 중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왜 내 나라에서 일하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며 남의 나라에서 일을 해야 하나’라며 탄식했고, 그때마다 부패하고 무능한 이집트 정부를 욕했다”고 말했다.



 알리는 한국 현대사를 꽤 알고 있었다. 18년 장기 집권하다 측근의 총격으로 숨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무바라크 빨리 퇴진해 그런 불행한 일 안 겪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을 때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게 부러웠다”고도 했다. 불법 체류 문제를 의식한 듯 그는 사진은 옆 얼굴만 찍어 달라고 했다.



카이로=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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