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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공정사회 가는 길, 일자리 창출에 있다

중앙일보 2011.02.12 00:28 종합 33면 지면보기






현오석
KDI 원장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에 우리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이제 지식사회로의 이행을 경험하고 있다. 이행 기간의 초기에는 빈곤 탈피가 국가적 과제였다. 온 국민이 땀 흘린 성과는 고도성장으로 나타났고 성장의 과실은 새로운 일자리와 삶의 보금자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고도성장기가 종료되면서 외환위기가 닥쳐왔고 열심히 일하던 가장들이 어느 날 갑자기 준비 없는 은퇴를 맞이하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복지는 확대됐으나 빈곤층의 증가와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됐고 국민의 복지 만족도는 결코 높지 않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복지제도는 더 발달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게 되면서 불만도 높아진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 일류국가의 기본은 능력에 맞는 일자리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고도성장기에는 소득과 새로운 일자리가 함께 증가한 반면, 이제는 성장한 만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라 취업자가 얼마나 늘어나는가를 알려주는 취업계수는 1970년대에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116명에서 80년대는 67명으로, 외환위기 이전 90년대는 42명으로, 2000년대에는 27명으로 계속해 낮아지고 있다.



 공정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은 고용기회의 확대에 있다. 일자리 창출은 궁극적으로 시장과 기업 부문에 달려 있다. 정부는 보완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는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노동 부문의 유연성 제고가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해소함으로써 격차 해소와 고용창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불공정한 시장 여건은 정부가 적극 시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생산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로 발전해 왔다. 유일한 판매출구가 대기업인 경우가 많아 대기업에 대해 교섭력이 낮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장 진입 기회의 보장 측면에서 불합리한 진입규제를 완화 또는 제거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자의 시장봉쇄적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과 복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탈빈곤 복지정책은 사후적인 재분배의 관점이 아니라 고용창출형 사회안전망의 구축이라는 명제에 따라 설계해야 한다.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길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시혜성 복지와 무상복지는 자립능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최소화해야 한다. 인간다운 생활의 기본은 일자리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시장 중심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복지정책은 탈빈곤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의 역량을 강화해 지식사회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오석 KD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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