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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미국은 과연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인가

중앙일보 2011.02.12 00:25 종합 35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대화 재개를 준비 중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이 같은 의사를 양국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와 식량 지원을 재개할 경우 분배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



 대화 재개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북한의 비핵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핵화 협상이 가능한 것인가. 많은 사람이 2005년 6자회담 참가국 간 합의된 9·19 공동성명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뒤 이미 두 번의 핵실험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공개가 있었다. 북한이 비핵화 협정에 서명한다고 해도 미 정부가 북한을 신뢰할 수 있을까. 오바마 정부 사람들 중 그럴 사람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대화를 하지 않고 압박만 가할 경우 궁지에 몰린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CSIS 및 조지타운대 동료인 빅터 차 교수는 대화가 중단됐을 때 북한이 도발하고 나선 적이 많았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물론 대화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도발할 것으로 단정할 순 없다. 오히려 대화를 중단시키거나 재개하는 것은 주로 북한이었고 외교를 통해 북한의 군비확장이나 핵무장 또는 도발을 억제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북한이 미국 정부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화의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또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 됐을 때를 대비해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일까.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안 받아들여지면 대화 중단과 위기 조성을 위협할 것이다. 대화가 재개될 경우 미 정부 당국자들이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일은 미국이 북한보다 더 대화에 매달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평양에 대해 미국은 다음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국제적 압박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도발을 통해 위기를 고조시킨다면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현시점에서 북·미 간 대화가 크게 진전될 가능성은 없다. 오바마 정부는 북·미 대화가 남북대화보다 앞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남북 군사 실무회담이 결렬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남한이 요구하는 대로 남북 간에 핵문제를 논의하거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사과할 의사가 전혀 없다. 또 북한이 미국의 식량 지원 재개를 위해 분배 투명성을 높이고 모니터링을 허용할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다시 말해 미 정부는 북한과 새롭게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대화가 성공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제기하는 심각한 위협을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는 기대는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1994년 제네바협상이나 2003년 6자회담 초기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이다. 그때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그 결과 미국은 지금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실행하고 동맹국과 공동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며 북한의 핵확산 기도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이 같은 정책의 보조수단으로 삼을 뿐 정책 자체를 바꿀 생각이 없는 것이다. 미 정부 내에 대북 대화론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백악관도 대화를 지지하는 진보 진영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공화당이 새로 장악한 미 의회도 미 정부의 대북 외교를 견제하고 나설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도 미 정부의 입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한 것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판단을 깊이 신뢰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북한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미국이 가질 수 있다면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북한이 진지한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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