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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신공항 논란으로 본 지방공항 14곳 현주소

중앙일보 2011.02.12 00:14 종합 6면 지면보기
11일 오후 2시쯤 청주국제공항에 오사카(大阪)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736편이 도착했다. 149석짜리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은 31명. 여행객들은 한 시간 남짓 만에 터미널을 빠져나갔고 공항은 다시 적막감에 휩싸였다. 청주공항엔 하루 두세 편의 오사카·홍콩·방콕행 항공편만 운항한다. 항공편이 전혀 없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공항 관리직원이 아니면 인기척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청주공항은 2009년 58억원의 적자를 냈다.


공항 11곳 ‘세금 블랙홀’… 결국 청주공항 매각한다
만성 적자 공항 운영권 첫 매각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11일 지방공항 중 처음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청주공항을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용수 한국공항공사 부사장은 “청주공항 민영화를 위한 운영권 매각 입찰에 2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 두 곳 중 한 곳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뒤 6월 말까지 모든 매각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공항공사가 공항의 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맞춰 2009년 청주공항의 터미널과 계류장, 주차장 등 민항시설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기로 결정했었다.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지방공항의 적자는 청주공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4개 공항 중 수익을 내는 곳은 김포·제주·김해 세 곳뿐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매년 10억~70억원대의 적자 행진을 벌인다. 그런데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흑자를 낸 세 곳에서 적자공항을 지원해주는 교차보조금 덕분이다. 상지대 이강빈(무역학) 교수는 “대부분의 지방공항이 교차보조라는 링거를 떼면 숨이 넘어간다”며 “문제는 흑자 공항도 교차보조 때문에 시설 투자가 제때 안 돼 노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2009년 김포와 제주, 김해 공항에서 1541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나머지 11개 공항에선 4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3개 공항에서 낸 흑자로 적자 공항을 먹여 살리느라 정작 3개 공항의 시설 개·보수를 제때 하지 못해 노후화하고 있다. 결국 시설 개·보수나 확충비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제주공항의 확장 설계 용역비를 비롯해 청주공항과 여수공항의 진입로나 유도로를 개선하는 데 200억원을 지원한다.



 지방공항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은 정치권 탓이 크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이 무리하게 지방공항 건설을 밀어붙여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공항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지방공항이 한두 곳씩 늘어나곤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엔 양양공항이 개항했고, 김대중 정부 때는 울진공항이 건설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동남권 (영남) 신공항 건설 계획이 나왔다.



 문제는 지방공항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KTX의 개통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고속도로 때문이다. 특히 경부축에 위치한 대구나 울산, 포항 공항 등은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이름뿐인 공항으로 전락했다. 항공사들도 김포에서 지방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점차 줄이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호남선 KTX가 2014년 완공되면 광주나 무안, 군산 공항 등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며 “앞으로 여객 수요를 봐가며 항공편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재희 한국공항공사 마케팅팀장은 “공항만 짓는다고 수요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짜고 있지만 뾰족한 묘안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한국공항공사=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한다. 주요 업무는 활주로·계류장 등 항공기 이동지역과 여객청사, 화물청사, 공항 내 상업시설, 주차장 등을 관리한다. 또 국내 항로시설에 대한 관리권을 갖고 있다. 지방공항 건설은 국토부의 몫이다. 국토부가 예산을 투입해 공항을 건설한 뒤 운영권을 공사에 넘기는 식이다. 공사는 공항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안전 운항과 공항 서비스 향상을 위해 재투자한다. 하지만 수익이 적으면 재투자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은 별도의 운영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양양 3500억 펑펑 … 유령 공항



울진 비행조종훈련센터로 개조



김제 480억 쏟아붓고 중도 포기



예천 증축하다 군 비행장 ‘회항’



세금만 먹고 사라진 지방공항 4곳




전국 각지에는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만 있는 게 아니다. ‘세금 먹는 괴물’처럼 수천억원의 예산만 탕진한 채 사라진 지방공항도 4개에 이른다. 건설 도중 포기한 곳이 있는가 하면 완공은 했지만 공항 기능을 한 번도 못하고 용도가 변경되기도 했다.



 국제공항으로 출발한 강원도 양양공항은 기차가 끊긴 시골 간이역처럼 건물만 황량하게 남아 있다. 양양공항은 김영삼 정부가 통일시대에 대비해 영동지역의 거점공항으로 육성한다면서 1997년 착공해 2004년 개항했다. 3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2008년 10월 대한항공의 양양~김해 노선이 끊기면서 정규노선이 하나도 없는 유령공항 신세가 됐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직원 11명이 남아 공항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만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착공된 경북 울진공항은 1400억여원을 들여 완공됐지만 여객을 실어 나르는 공항 기능은 단 한 번도 못해봤다. 2001년 착공한 울진공항은 당초 2005년 개항할 계획이었다. 국토해양부는 2005년까지 완공은 했지만 여객 수요가 없자 개항을 미루다 지난해 다시 50여억원을 쏟아부어 비행조종훈련센터로 개조했다.



 또 1998년 건설 방침이 확정돼 480억원이 투입된 김제공항(전주 신공항)은 건설 도중 사업을 포기한 경우다. 전남 도지사와 지역 정치인들이 김제시민들의 의사조차 무시한 채 시작했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자 사업을 접었다. 김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지에서 불과 27㎞ 떨어진 곳에 군산공항이 있고 서해안고속도로와 호남고속전철, 호남고속도로 등이 줄줄이 개통될 계획이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2000년 380억원을 들여 증축을 추진하던 예천공항도 예산만 낭비한 채 2004년 아예 폐쇄됐다.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 노선 확대를 추진했으나 이용객이 늘지 않자 원래대로 군 전용 비행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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