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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칭·시점 순간이동, 퍼즐이야 소설이야

중앙일보 2011.02.12 00:13 종합 25면 지면보기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최제훈 지음, 자음과모음

379쪽, 1만3000원




훗날 2000년대 한국소설의 역사를 정리할 때 ‘최제훈’이라는 이름 석 자는 꼭 거론될 것만 같다. “벼락처럼 찾아온 한국문학의 축복”(소설가 박성원), “한국소설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낯설고 진귀한 물건”(문학평론가 복도훈) 등. 책 뒷표지에 실린 동료문인들의 과도해 보이는 추천글 때문이 아니다. 박성원·복도훈 등은 오히려 주례사 비평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로 최씨와 친하다면 친한 사람들이다. 그만큼 작품 자체가 제 값어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다면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등단한 최(38)씨는 지난해 첫 소설책 『퀴르발 남작의 성』을 냈다. 신인답지 않게 농익은 문장, 익숙한 고전(가령 셜록 홈즈 같은)의 내용을 비틀거나 신문기사·교수 강연 등을 수사학적으로 활용하는 참신함, 무엇보다 이런 서사전략을 통해 ‘이야기성(性)’ 자체를 문제 삼는 번득이는 시선이 돋보였다.



 이번 장편소설로 넘어와 소설에 대한 최씨의 문제의식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진 듯 하다. 말은 청산유수고, 이야기는 연쇄살인·하드고어 폭력·포르노 등 말초신경을 겨냥한 자극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달콤한 소설 읽기는 끊임 없이 방해받는다. 앞에서 나왔던 에피소드가 뒤에서 알쏭달쏭하게 반복 변주된다. 표제어를 통해 텍스트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간 이동하는 하이퍼 텍스트를 읽는 것 같다.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이야기의 서술 시점이 수시로 변하고, 심지어 현실과 이야기가 슬그머니 뒤섞이기도 한다. 마치 작가 최씨는 최선을 다해, 그러나 능수능란하게 통상적인 이야기 작법을 뒤틀어버리려고 작심한 것 같다. 메타적으로, 이야기 밖으로 튀어나와 “이거 이야기거든”이라고 말걸며 독자들의 몰입을 교란한다. 그러니 소설은 중심서사가 힘있게 독자를 끌고 가는 전통적인 장편이 아니다. 독립된 네 개의 이야기가 느슨하게 그러나 교묘하게 얽히며 만들어내는 요지경, 그 직소(jigsaw) 퍼즐을 맞추는 게 묘미다.



 소설은 단순히 텍스트를 소비하는 즐거움만을 주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 수 많은 그러나 엇비슷한 자기서사가 일종의 알리바이처럼 활용되는 21세기적 현실을 최씨의 이번 소설이 꿰뚫고 있다고.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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