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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한때 망신 … 미 ‘정보 무능’ 다시 도마에

중앙일보 2011.02.12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언론보도 의존한 정보력
“일반인과 다를게 없어” 비난
클래퍼 국가정보국장
“형제단은 비종교단체” 헛짚어



리언 패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집트 사태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패네타 국장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밤 안으로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왼쪽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오른쪽은 로널드 버저스 국방정보국(DIA) 국장. [워싱턴 AP=연합뉴스]





반전에 또 반전. 사임 거부를 발표했다가 하루만에 하야를 선언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잇따른 반전과 말바꾸기에 미 정보당국이 진땀을 뺐다.



 애초 미 중앙정보국(CIA)의 리언 패네타 국장은 10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늘밤 안으로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9월 대선까지는 대통령직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 세계의 고급 정보를 꿰차고 있는 CIA 국장이 실상과는 정반대의 상황 판단을 내린 것이다.



 패네타 국장은 발언은 전 세계 언론의 10일 ‘무바라크 사퇴 임박’ 오보를 촉발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의 판단을 근거로 “세계가 이집트에서 펼쳐지는 역사와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며 무바라크 사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했다. 정보수장의 잘못된 상황판단이 대통령의 체면까지 구긴 셈이 됐다. 안 그래도 미 정보당국은 올초 튀니지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수세에 몰린 패네타 국장의 측근들은 “단지 언론 보도를 언급했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정보당국 수장이 정보력이 아닌 언론보도를 근거로 상황판단을 한다면 일반인들과 다를 게 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와 관련, “패네타 국장은 2년간 CIA 정보 수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첩보 경력이 거의 전무하다”고 보도했다. 이날 패네타 국장과 함께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무능한 정보수장’ 반열에 올라 있다.



 클래퍼 국장은 최근 이집트의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에 대해 ‘비(非)종교적 정치단체’라는 발언을 했다가 “이집트 최대 정치단체의 성향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무슬림 형제단은 선거를 통해 신정(神政)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이다.



 미국 정보당국이 이집트 상황에 대해 어두운 것은 정국 자체가 워낙 유동적인 데다 반정부 시위에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청년들을 시위에 결집시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보당국이 이집트 등 아랍권에서 대(對)테러 첩보에 주력하느라 반정부 세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소홀히 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정보 공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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