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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가상현실 창시자 왈, SNS 우정은 가짜다

중앙일보 2011.02.11 19:24 종합 24면 지면보기








디지털 휴머니즘

재론 레이니어 지음

김상현 옮김, 에이콘

304쪽, 2만원




“나는 페이스북 친구가 수천 명에 이른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꽤 많이 알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우정에 관한 정의를 희석시켰을 때만 맞다. 진짜 우정은 자신 안에 내재된 예기치 못한 괴짜스러움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성립된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걸러지는 소셜네트워크에서의 우정이란 그보다 확실히 더 왜소한 것일 수밖에 없다.”



 혹시 뜨끔한가. 가상현실의 창시자인 재론 레이니어는 ‘진짜 인간’이 사라지고 ‘관념적 인간’만이 존재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개개인이 온라인상의 네트워크에 매달리는 것은 디지털 세계의 가학성 때문이다. 온라인은 언제라도 특정한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잔인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이를 부추기는 것은 디지털 세계의 익명성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책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위키피디아가 득세한 웹 2.0 디지털 세상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도발적 문제 제기다. 그는 열림과 공유, 소통을 내세운 디지털 세상의 비인간성에 반발해 웹 2.0 세상의 허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인간 회복’을 선언한다.



 특히 군중과 컴퓨터 알고리즘이 생산하는 ‘집단 지성’에 대한 경고는 웹 2.0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 귀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많다. 저자는 클라우드 컴퓨터는 개인 지능을 집단 지능과 결합할 수 있게 했지만 그렇게 탄생한 ‘집단 지성’은 오히려 인간을 지워버린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개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된 각종 정보들이 조각난 채 수없이 복제되면서 콘텐트를 만든 사람의 생각이나 본래의 맥락은 사라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이 재빠르지만 엉성한 독자로 이뤄진 군중에 의해 대충 읽히고 재탕되고 잘못 전해지며 위키피디아 등에 올라가 뒤섞이면서 온갖 정보 조각이 뒤범벅될 뿐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개개인은 ‘집단 지성’이라는 수사에 취해 독립적인 클라우드 컴퓨터라는 ‘벌집’에 꿀을 실어 나르는 일벌로 전락했다고 강조한다. 무비판적이며 맹목적으로 군중의 이익을 쫓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독립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무감각한 군중으로 변모하는 우리에게 그는 외친다. “무엇인가를 공유하기 전에, 당신은 당신만의 독립적 사고와 의지를 가진 진짜 ‘사람’ 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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