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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20) 주한 미국대사관 지역총괄 언더우드 담당관의 자전거 여행

중앙일보 2011.02.11 03:36 Week& 7면 지면보기
토머스 언더우드(53) 주한 미국대사관 지역총괄 담당관이 지난해 10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함께 남도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림부)의 농어촌 홍보 프로젝트인 ‘Rural 20’의 일환으로 기획된 초청행사였다. 한국인도 소화하기 힘든 일정을 주한 미국대사부터 여러 대사관 직원이 즐겼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토머스 언더우드가 보낸 글과 사진을 싣는다.


죽녹원의 댓잎 서걱이는 소리는 지구에서 가장 평온한 소리일 거예요









1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을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일행. 2 전남 담양 소쇄원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운데) 오른쪽이 필자 토머스 언더우드 담당관이다.





자전거 타고 둘러 본 한국의 참 모습



주한 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스는 지난해 10월 전라남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농림부가 G20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에서 덜 알려진 지역의 투자와 관광을 진흥시키고자 기획한 Rural 20 행사에 초청된 것이었다. 농림부는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염전 체험과 순두부 만들기 체험, 전남 담양군에서 소쇄원과 죽녹원 방문 일정을 제시했다. 평소 지방 풍습에 호기심이 상당히 많은 편이던 스티븐스 대사는 흔쾌히 일정을 수락했다. 이틀간의 일정에서 교통수단은 자전거였는데 이동거리가 100㎞나 됐다. 스티븐스 대사는 개의치 않았다. 스티븐스 대사의 자전거에 대한 열정은 종종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나도 이 여행에 망설임 없이 응했고, 여행 내내 매우 즐거웠다. 나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이번 여행처럼 한국의 새로운 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된 기회는 없었다. 운 좋게도 모든 것이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지방도로는 한적했고 공기는 신선했으며, 10월의 가을 하늘은 ‘천고마비’라는 표현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둘러보는 곳마다 고요와 평화



나는 개인적으로도 남도지방이 각별하다. 나는 1960∼70년대 광주에서 성장했다. 그러니까 남도는 나에게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더욱이 나 역시 열렬한 자전거 애호가다. 자전거는 여행을 떠날 때 내가 가장 선호하는 이동방법이며, Rural 20에 포함된 지방도시를 여행하는 데도 가장 어울리는 수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날 우리 일행은 전남 무안군에서 출발해 염전으로 유명한 증도까지 달렸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비로소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 증도에 들어가서는 염전에서 소금을 채집했고,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옛 선조의 지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증도는 친환경적으로 개발돼 있었다. 잘 보존된 갯벌이 자연의 여러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긴 나무 산책로와 다리가 갯벌 위를 지나고 있어 갯벌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경이로운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날 우리는 증도 끝자락에 있는 리조트에서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다. 거기는 자동차 지나다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튿날의 자전거 여행은 광주 북동쪽에 위치한 담양의 소쇄원부터 죽녹원 대나무 숲,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길까지였다. 소쇄원과 죽녹원은 모두 쭉쭉 뻗은 대나무가 인상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거의 공통점이 없었다. 소쇄원은 16세기 유교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건물과 정자가 맑은 계곡물을 둘러싸고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죽녹원은 대나무로 둘러싸인 넓은 언덕 공원으로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곳이었다. 골짜기처럼 좁게 나 있는 대숲 사이 오솔길을 걸으며, 나는 댓잎이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지구에서 가장 평온한 소리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담양에선 전통 한옥 정자를 방문하기도 했다. 송강정이라는 곳인데 낮은 언덕 위에 지어진 조선 중기의 건축물이다. 경치는 고요하고 미풍이 불어오는데, 이곳에 있으면 시적 영감이 절로 떠오를 것 같았다. 내가 노후를 보내고 싶은 장소가 바로 이런 곳이다. 여기서 북쪽을 바라보면 스님이 누워 있는 형상을 닮았다는 추월산도 보인다.



 외교업무를 하면서 누리는 혜택 중 하나는 다양한 지역 사람과 만나며, 그들의 풍습과 전통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이 바로 그러했다. 끝으로 이 행사를 주최한 농림부의 호의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토머스 언더우드(Thomas Underwood)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연세대를 설립한 언더우드(H. G. Underwood, 원두우) 선교사의 4대손으로,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과에서 근무했고, 2008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2009년부터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지역총괄 담당관 업무를 맡고 있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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