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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북한에 해적에 … MB ‘이유 있는 고집’

중앙일보 2011.02.11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남북회담 깨질 것 감수하고
‘천안함·연평도’ 원칙 지켜
해적 대응도 뚝심의 승리



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자 이 대통령은 “내가 하면 잘 풀 자신이 있는데…”라고 말했다 한다. 남북 관계를 자신의 뜻에 맞게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표출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옛날 방식으론 못한다. 쌀 주고, 비료 주고, 그러고도 고개를 숙이면서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이날 상황을 잘 아는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협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올해엔 (남북 간) 경색을 풀어보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릴 뜻은 없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저지른 북한은 이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제80차 국민경제대책회의가 10일 서울 염곡동 KOTRA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역과 대외경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6자회담이든, 남북회담이든 북한이 자세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남북회담의 성과를 낼 수 있고 나도 정치적으로 만나서 ‘정상회담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이 대통령의 원칙은 8∼9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북한 측은 결국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북한 측의 ‘대화공세’가 진정성이 없고 위장된 것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 이틀간의 접촉이었다. 북한은 회담이 결렬되자마자 이명박 정부를 향해 막말하기 시작했다. ‘역적 패당’ 운운하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들이 이제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른다. 정부 관계자들이 “3월 중 북한의 도발이 있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것도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접촉에서 우리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대북 문제에서 원칙을 지키면 지킬수록 북한의 본심, 본질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 대처법도 원칙의 중요성을 새삼 환기한다. 이 대통령은 “해적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납치-협상-몸값 지불-석방’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야 한다는 거였다. 삼호주얼리호에 대한 ‘아덴만 여명 작전’이 그런 의지의 산물이다. 금미305호가 납치 124일 만에 풀려난 것도 ‘해적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 결과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에서 “오늘 어떻든 무조건 해결하려는 정치적 임시 대책으로는 먼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고 썼다. 북한과 소말리아 해적을 다루면서 이 대통령은 이 말처럼 행동했다. 이런 ‘이유 있는 고집’이 앞으로 모든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원칙 있게 지켜지길 바란다.



글=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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