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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5년 된 고급차 너무 낡아 못 탄다는 성남시장

중앙일보 2011.02.11 00:23 종합 16면 지면보기






유길용
내셔널부문 기자




‘성남 시민에게 빚쟁이 이름을 지어준 이 시장님이 드디어 ‘회장님(체어맨)’이라 불리는 차를 사셨단다.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은 다 흐지부지되고….’



 성남시가 올 초 6000여만원을 들여 이재명 시장 전용 고급차를 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0일 시청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넘쳤다. 한 편에선 ‘실망’이, 한 편에선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이다.



 시장의 전용차를 바꾼 성남시의 한 관계자는 억울하다고 했다. “원래 안 바꾸려고 했죠. 그런데 차가 가다가 서는 데 어떻게 탑니까. 5년 동안 14만㎞ 탔으면 바꿀 때도 됐죠”



 관용차 내구연한인 5년이 지났고, 고장이 잦아 수리비를 감안하면 교체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었다. 물품관리법상 기관장 전용차의 내구연한은 5년이다. 법적으로야 문제가 없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14만5000㎞인 고급 승용차가 달리다 엔진이 멈춘다면 차를 바꾸기보다는 정비 상태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정비일지와 운행일지를 보여 달라”고 시 관계자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답이 없다.



 경찰이 운영하는 이륜차(사이카)는 교체 주기(10년)를 지나도 쌩쌩 잘만 달린다. 경기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관은 “예방정비만 잘하면 30만㎞ 이상 타는 것도 문제없다”고 했다. 개인승용차도 보통 15만㎞ 이상은 탄다.



 이 시장은 ‘예산 낭비 파이터’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전임 시장이 무리한 사업에 끌어다 쓴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5400억원을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낄 수 있는 건 모두 아끼겠다며 1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했다. “관용차 교체시기도 늦추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약속, 알고 보니 거짓이었다. 그도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한 게 부끄러웠나 보다. 관용차를 바꾼 게 떳떳하다면 시민들에게 그 사실을 공개하는 게 정상인데, 이 시장은 어물쩍 넘어갔다.



 시장 전용차 교체비용 6000만원은 2조원에 가까운 성남시 한 해 살림 규모와 비교할 때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말로는 아끼자고 하면서 행동은 거꾸로라면 시민들이 그런 시장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시민 방희수씨는 “성남에는 보증금 5000만원이 없어서 월세를 사는 사람도 매우 많고요. 5년 넘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는 걸 왜 시장님은 모를까요?”라며 이 시장의 횡보를 꼬집었다. 시민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세금을 펑펑 쓰는 시장을 존경할 시민은 없을 것이다.



유길용 내셔널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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