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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정운찬과 김태호

중앙일보 2011.02.11 00:21 종합 30면 지면보기






신 용 호
정치부문 차장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닮은 길 위에 섰다.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다.



 정 전 총리는 학자(서울대 총장)였고 김 전 후보자는 도백(道伯·경남지사)이었다. 성격도 대조적이다. 정 전 총리가 학자적 소탈함이 두드러진다면 김 전 후보자는 정치인 특유의 친화력에 선이 굵은 스타일이다. 그리 달랐던 두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인해 단번에 ‘총리’란 이름표를 얻는다. 그건 그들이 ‘여권 대선 후보군’ 반열에 오른 것을 의미했다. ‘박근혜 대항마’란 별명도 붙여졌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 안 갔다. 청문회부터 기세가 꺾였다. 세종시 총리로 불렸던 정 전 총리는 청문회에서 고전하더니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뒤 물러났다. 명망 있던 경제학자였던 그가 정치권에선 상처가 많았다. 김 전 후보자는 더했다. 청문회에서 ‘박연차 고개’를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39년 만에 나올 뻔했던 40대 총리의 화려함이 단숨에 날아갔다. 총리를 디딤돌로 대선을 바라볼 수도 있었던 그들의 ‘닮은 길’이 참 얄궂다.



 그런 두 사람에게 4·27 재·보선이 손짓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성남 분당을에, 김 전 후보자는 김해을에 나오라는 여권 일각의 요구다. 이력을 나열할 것도 없이 성사된다면 재·보선 카드론 소위 ‘얘기가 되는’ 면면이다. 실제 그들의 이름이 나오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이 대통령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겐 이번 선거가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권 4년차의 이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면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안 대표 역시 자신의 자리를 걸어야 할지 모른다.



 9일 오후 정 전 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출마설에 대해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권과) 접촉한 적도 없다”고 했다. 대신 출마설에 대해 묻고 물을수록 작은 여운은 남았다. 그가 총리 재직 시절 기자에게 “여의도 정치엔 고쳐야 할 게 많다”고 한 말이 곱씹어졌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김 전 후보자와도 최근 전화통화를 했다. 그도 출마설에 대해 “공부가 재미있고 나설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뜻이 단단했다. 다만 대화 중 당의 요구가 있을 경우 그땐 무작정 외면만 하긴 쉽지 않다는 고민의 자락은 살짝 비쳤다.



 물론 두 사람의 재·보선 출마는 아직 현실과 거리가 있다. 결단을 내리더라도 공천을 받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에겐 이대로 물러나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분명 있을 게다. 아마도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두 사람은 청문회에서 몇몇의 단면이 부각돼 시련을 겪은 면이 없잖다. 게다가 세종시 문제가 정 전 총리의 정치를 모두 얽어맬 수는 없지 않은가. 김 전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정치력 전체를 검증받은 건 아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이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지 판단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당이 제시하는 경쟁을 거쳐서라도 말이다. 4·27 재·보선이 유난히 뜨거워질 수도 있겠다.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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