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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매몰지 ‘용도 제한 3년’ 너무 짧아

중앙일보 2011.02.11 00:16 종합 18면 지면보기



환경부 안전성 보고서
5~6년 지나도 사체 남아
오염 가능성 안 사라져
지하층 건물 신축 금지를



10일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이 한강 팔당호 상류지역인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내리의 구제역 매몰지에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환경부 제공]



1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 사능리.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00여 마리의 한우가 사육되던 큼지막한 축사가 텅 비어 있다. 이 농장은 지난해 12월 31일 고열, 침 흘림, 잇몸 궤양 등의 증상을 보이던 한우 세 마리가 방역당국에 의해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곳이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발생 즉시 축사 주변 빈터에 구덩이를 파고 기르던 한우 120마리를 모두 매몰했다.



 이날 오후 구제역과 관련된 가축 매몰지와 주변 지역에는 방역복을 입은 8명의 조사단이 나와 사후관리 상태를 점검했다. 현장 조사단은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경기도, 남양주시 소속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매몰지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며 침출수 발생 여부를 살폈다. 또 바닥에 비닐을 깔고 흙으로 덮어 놓은 매몰지의 지표면이 가라앉거나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는지도 점검했다. 다행히 이날 조사에서 특별한 이상 징후와 문제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이날 본지가 입수한 환경부의 ‘가축매몰지 토양 재활용을 위한 생물학적 안전성 평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매몰된 가축 사체가 5~6년이 지나도 완전히 썩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는 매몰 후 3년이 지나면 발굴해 다른 용도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추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2004~2008년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가축을 매몰했던 충남·전북의 6개 매몰지에 대해 2009년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땅속 4m까지 토양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 4곳에서 가축 잔재물이 확인됐다.



 2004년 각각 닭 1만8600마리와 2만700마리를 매몰했던 충남 천안시의 매몰지 두 곳에서는 3~4m 깊이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에서 깃털·살·뼈 등 사체 잔존물이 발견됐다. 이 중 한 곳은 고구마 밭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또 2008년 오리 10만1300마리와 1만200마리 등을 매몰했던 전북 정읍 지역 두 곳에서도 오리 사체 잔존물이 그대로 발견됐고 악취도 심하게 풍겼다.



 반면 2007년 닭을 매몰했던 천안 지역 매몰지 두 곳에서는 사체 잔존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 매몰지는 공기가 잘 통하는 사질토(모래)여서 분해가 빨리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으나 분해된 뒤 주변으로 침출수가 새나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한국환경공단이 이들 매몰지 경계선 밖 4~5m에 설치한 지하수 관정 수질을 조사한 결과 6곳 중 4곳에서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확인됐다고 이날 환경부가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강원대 환경학과 안태석 교수는 “매몰 후 3년이 지나더라도 오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만큼 매몰지는 밭 경작이나 가축 사육용으로만 사용하고, 깊이 파 건물을 짓는 용도로 이용하지 못 하도록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구제역 발생 이후 전국적으로 구제역·AI로 가축을 매몰한 곳은 4400여 곳에 이른다.



강찬수·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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