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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투입은 선진국, 성과는 후진국인 한국 R&D

중앙일보 2011.02.11 00:09 경제 8면 지면보기






황 창 규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장




우리의 연구개발(R&D)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연구원 수 세계 5위, R&D총액, GDP 대비 R&D 비중, 특허 건수는 4위로 상위권이다.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지표들은 신뢰를 얻는다.



 하지만 좀 더 냉정히 보자. 이들은 ‘투입지표’지 ‘성과지표’가 아니다. 기술수출액, 국민 1인당 부가가치, 연구원 1인당 SCI(미국 톰슨사이언티픽 회사가 과학기술 분야 학술잡지에 게재된 논문의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급 논문 수, 지적재산권 보호 정도 등 성과지표들은 20위권에 머문다. 투입은 선진국 수준인데, 성과는 별로라는 얘기다.



R&D야말로 백년대계인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원인이 있을 터인데, 이는 매우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라 몇 가지 개선해서 해결될 게 아니다.



 국가 R&D는 대학·정부출연연구소·기업, 3각 편대가 주체다. 대학이 우선 중요하다. 먼저 미국을 보자. 미국은 혁신적 창조물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가 사업화하는 벤처정신이 최초로 발달한 곳이다. 이 배후에는 강력하지만 실패를 용인할 줄도 아는, 그리고 경계를 넘나드는 학제 간 연구가 일상화된 특유의 시스템이 있었다. 고분자·핵무기·전자기기·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미국이 선점했던 혁신 창조물은 대부분 대학에서 초기연구가 이뤄졌다. 원천기술과 응용기술, 이 둘은 하나의 선순환 고리에 있어야 한다. 미래시장을 좌우할 기술이야말로 진정한 원천기술이며, 기술의 원천성은 상용화로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들은 자원도 재원도 부족하다. 이들을 특성별로 특화시켜 사업화를 전제로 한 의미 있는 원천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체제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출연연구소인데, 이들이야말로 국가 과학기술의 브레인 집단이다. 최근의 4세대 이동통신 개발은 이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이제까지는 휴대전화라는 우수한 완성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기술은 로열티로, 시스템 반도체 같은 부품은 수입의 형태로 부가가치 중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개발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음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 터전을 단단히 다져 ‘반도체 반쪽 강국’이 ‘통합 챔피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기업이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고 이를 주변 산업에도 파급시키는 역할, 우리가 바라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인데, 우리가 이 정도까지 발전하게 된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기업이다. 다만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과 사업화하는 끈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와 같이 우리가 선점했던 시장을 지금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점령 중인 사실은 두고두고 아쉽다. 메가 트렌드를 놓쳐서도 안 되겠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쫓아만 가서는 같은 시장에서 우리 편끼리의 이전투구만 남는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기술에 과감히 도전하고,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더 많은 대한민국 기업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제까지의 R&D 전략은 주로 투입전략이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성과를 따져 볼 때가 왔다. 꼭 필요한 분야에는 자원이 더 투입돼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투입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성과로 연결시킬 것인지에 국가 R&D 정책의 방점을 찍을 때다. 선진국으로의 도약, R&D 성과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 R&D 3각 편대가 쏟아내는 메이드인 코리아 기술들이 속속 글로벌 표준이 된다면…. 상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린다.



황창규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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