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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우리 부부만 살 ‘넓은 원룸’ 없나요?

중앙일보 2011.02.11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지난해 승인 90%가 소형 원룸



도시형 생활주택이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원룸형에 집중돼 다양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에 들어선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





실버주택 컨설팅업체인 포시니어스 이계현 대표는 최근 적당한 크기의 거실에 방 하나가 딸린 주택을 구하고 싶다는 60세 이상 노년층의 요청을 자주 받는다. 기존에 쓰던 살림살이를 넣고 생활에 불편이 없는 전용면적 40~50㎡ 크기로 구해 달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녀 분가 후 부부가, 혹은 혼자 살기 위해 집을 구하는 노인층 1~2인 가구가 부쩍 늘고 있는데 마땅한 주택상품이 없다”며 “도시형 생활주택은 대부분 원룸형이고 20㎡ 안팎으로 너무 작아 노년층에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급증하는 1~2인 가구를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대책을 최근 내놨지만 대학생·독신자 등 일부 계층에만 한정된 방향으로 공급돼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1~2인 가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장년·노년층이 살기엔 도시형 생활주택이 부적합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크게 방 한 개짜리 원룸형(전용 12~50㎡)과 단지형 다세대(전용 85㎡ 이하)로 구분된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사업승인을 받은 대부분의 주택은 원룸형이다. 지난해 사업승인을 얻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2만529가구 중 원룸형이 90%(1만8429가구)를 차지했다. 10가구 중 9가구가 원룸형인 셈이다. 올해도 형편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지난해 사업승인을 얻어 올해 분양될 도시형 생활주택 150곳 중 전용 20㎡ 미만의 원룸형이 105곳이나 된다.



 주택사업자들이 너도나도 원룸형으로 짓는 것은 수익률 때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업체인 야촌주택이 서울 도심 10곳의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원룸형 20가구를 지을 때가 단지형 다세대(방 2~3개) 10가구를 지을 때보다 수익률이 평균 30% 높게 나타났다. 원룸의 임대료는 대부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50만원대이나 방 2개짜리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70만원인 것이다. 야촌주택 추명진 사장은 “40㎡형의 보증금과 임대료가 20㎡형보다 두 배로 비싸게 책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작게 쪼개 분양하는 게 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원룸형 사업에 애착을 보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젊은층 1~2인 가구는 주택시장의 ‘신입생’이다. 부모를 떠나 독립하면서 새로운 주거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월세 수요여서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따라서 임대투자자도 쉽게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2인 가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계층은 원룸형에 거주하기를 꺼리는 장년·노년층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5~2010년 55세 이상 1인 가구는 26%(30만 가구) 늘었다. 이 기간 35~54세는 11%(10만 가구) 증가했고, 34세 이하는 9.5%(10만 가구) 줄었다. 주로 부부로 구성되는 2인 가구도 55세 이상은 21%(28만 가구) 증가했으나 34세 이하는 8.9%(3만 가구) 감소했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심우정 교수는 “고령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도 1~2인용 주택이 젊은이들에게 치우친 측면이 많다”며 “장년·노년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할 경우 세제 혜택이나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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