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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졸업식 뒤풀이 그 때 그 학교는? 그 때 그 아이들은?

중앙일보 2011.02.09 10:49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A중학교. 1년 전 '알몸 졸업식 뒤풀이'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 학교다. 그래서일까. 8일 학교를 찾았을 때 교사들의 표정에 다소 긴장하는 기색이 묻어났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왜 일까. 교실에 들어가서야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교실마다 학생들이 춤동작을 맞추고, 노래 화음을 가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11일 있을 졸업식에서 선보일 공연 연습이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방학동안 학교에 나와 직접 공연 계획도 세우고 연습도 충실히 했다"고 흐뭇해했다. 올해 졸업식에서 1~2년 학생들은 졸업생을 위한 공연을 하고, 3년생은 부모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연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2월 고교에 진학한 선배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나온 후배 10여명을 불러내 교복을 찢고 알몸 상태로 만들어 얼차려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한 학생이 ‘현장’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쓴 채 알몸으로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딱 1년이 지났다. 이 학교 문승민 학생부장(교사)을 만나 당시 상황과 현재 학생들의 근황, 이 사건을 계기로 달라진 졸업식 문화에 대해 들었다. 아래는 문 교사의 말이다.











#설 연휴가 시작된 첫날, 그리고 그들은 좌절했다.

지난해 2월 13일, 설 연휴 첫날이었다. 아침부터 학교에서 긴급호출이 왔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알몸 졸업식 뒤풀이’ 사진이 올라왔는데 우리 학교 학생이다"라는 소식과 함께였다.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학생부에 자주 불려오는 아이들이었지만 다들 순수했던 얼굴들이었다. 홈페이지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고, 경찰청 등에 유포되는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속에 있는 등장한 학생과 학부모를 학교로 불렀다.



피해학생은 여학생 5명, 남학생 7명. 이 중 한 여학생은 “앞으로 어떻게 학교를 다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 앞에서 통곡을 했다. 사건이 커지면서 일부 피해 학생은 ‘안 좋은’ 생각까지 했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들은 처음엔 “매년 되풀이되는건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느냐”고 했다. 하지만 설 연휴 내내 조사를 받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나중엔 “이런 모습 보여드리기 싫었는데 죄송하다”며 반성했다.



#졸업식 당일, 사건 현장은 요주의 순찰지.

올해는 많이 다르다. 졸업식 날 교사 34명이 학교 인근의 각 구역을 맡아 자정까지 순찰할 계획이다. 경찰과 교육청 관계자도 가세한다. 문제가 됐던 장소는 샅샅이 살펴볼 것이다. 경인선 철로를 따라 방호벽이 설치돼 있는 사잇길이다. 인적이 없는 곳이라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이 지역을 순찰할 때는 가슴이 저릴 것 같다.

지난해 12월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중3 학생 전원이 강원도 평창으로 1박2일 수련회를 갔다. ‘전 국민이 우릴 지켜보고 있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들을 교육했다.









인터넷에 유포된 경기도 일산 한 중학교 졸업식 뒤 ‘알몸 뒤풀이’ 사진. [뉴시스]



#부모님, 졸업식 하루는 회사 나가지 마세요.

남에게 못할 짓을 해놓고 전통이라 부르는 아이들, 웬만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영악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 그 피해는 결국 자신이 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일러주고 싶다. 경찰도 ‘학생이니까 봐주겠다’는 식의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학부모께도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다. 중학생은 아직 인격적으로 덜 성숙돼 있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아이의 졸업식만 보고 회사로 되돌아가는 부모들이 많다. 집에 가서도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졸업식 하루는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 써주셨으면 한다. 외식도 하고 장래희망을 물으며 자녀와 의미있는 시간을 갖기를 꼭 요청드린다.



#그 때 그 아이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아찔하다. 지난해 6월, 가해학생 15명 가운데 13명은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명은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에 송치처분됐다. 여학생 1명과 남학생 1명이었는데 이들에 대해 판결이 지난달 말 났다. 처벌 대신 독후감을 쓰는 등 6가지의 과제를 받았다고 한다. 자칫 소년원에 갈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요즘도 가끔씩 ‘사고 친’ 학생들과 전화 통화를 한다. 곧 고3이 된다.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슬쩍 떠보면 “제 나이가 몇인데요”라며 설레발을 친다. “그런 일 벌이려는 친구가 있으면 말리겠다”는 학생도 있다. 피해 학생들은 당시 정신적인 충격이 컸지만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다. 각 고교 지도교사가 가해 학생에겐 꾸준한 인성 교육을, 피해 학생에겐 심리 치료를 지속적으로 했다. 일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같은 고교를 다니고 있지만 이들 간에 불미스러운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글ㆍ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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