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년 올라갈수록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 성적 높다는데 …

중앙일보 2011.02.09 03:30 Week& 1면 지면보기
2012학년도 수능에서 수리 영역 비중이 높아진다. 문과 학생들은 이과에서 배우는 미적분과 통계를 풀어야 하고, 이과는 선택 수학과목이 필수과목으로 됐다. 문과 계열이나 수학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수학 못하면 대학 못 간다’는 말처럼 될까 봐 걱정이다. 게다가 여학생들은 남자보다 선천적으로 수학을 못하는 것처럼 여겨져 부담이 크다. 과연 이 속설은 정말일까.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남자와 여자 중 누가 수학을 더 잘하느냐는 생물학적 이유보다 문화적 영향이 크다. 남녀평등이 잘 이뤄진 나라일수록 남녀 수학 실력 차이가 없었다. [황정옥 기자]





정말일까요



남녀 평등한 나라 수학 실력도 비슷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더 잘한다’는 말의 진실 여부는 나라마다 다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녀평등이 잘 이뤄진 나라일수록 남녀 수학 실력의 차이가 없었다. 남녀 수학 능력은 성적 고정관념, 즉 문화적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미국 빌라노바대 연구진은 69개국 14~16세 49만3495명의 남녀 수학 실력 관계를 연구해 지난해 1월 발표했다. 같은 교육환경이 주어졌을 때 남녀 수학 실력의 차이는 미미하지만 나라마다 남녀 실력 차이가 다양하게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2008년 7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녀평등 지수’가 높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남녀 수학 성적은 비슷했다. 지수가 낮은 터키는 점수 격차가 컸다.











우리나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을 잘한다. 2005~2011학년도 수능 남녀 평균(언·수·외 표준점수 합산) 성적을 보면 여학생이 높지만 수리 영역만큼은 예외다. 수리 가형 평균이 남학생은 100.25점, 여학생 99.38점이었다. 수리 나형도 남학생이 100.62점으로 99.38점의 여학생보다 높았다. 2010 수능과 1995 수능, 1982 학력고사, 1970 예비고사를 비교해도 남학생의 수리 점수가 높았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중학교까지는 여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앞서지만 수준이 높아져 고2 때 남녀 점수가 역전된다”고 말했다. 홍익대 박경미(수학교육과) 교수는 “여학생은 계산 분야나 정형화된 문제를 남학생은 고등사고에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남녀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고학년이 될수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교육 전문가들은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여자는 어려서부터 안정적이고 조심스레 행동하도록 배우고 남자는 적극적, 공격적이길 바란다. 이런 문화가 수학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많은 사고력을 요할 때 남학생은 도전하지만 여학생은 소극적이 된다. 시매쓰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시험 결과가 나쁠 때 남학생은 크게 개의치 않지만 여학생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수학이 나를 싫어한다’며 감정을 싣기도 한다”고 말했다.



블록 놀이 하면 창의력·공간력 생겨 수학 잘해



사회적으로 남녀평등 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남녀 수학 실력 차이가 줄고 있다.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를 보면 1995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남녀 점수 차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였다. 17점이라는 큰 점수 차는 2007년 4점으로 줄었다. 30년 전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수학 점수가 700점 이상인 남녀 비율은 13대 1로 남학생이 많았지만 1995년 이후 4대 1을 유지하고 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 분야에서 특히 기하를 잘하는 것은 뇌 구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마음누리클리닉 정찬호 원장은 “남자는 공간능력을 좌우하는 우뇌가 좌뇌보다 유달리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뇌량’이라는 신경다발의 발달이 수학 능력에 중요한데, 남자의 뇌량이 가늘어 도형 문제를 풀 때 우뇌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이유만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속설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 원장은 “블록 등 수·공간 놀이를 하면 유추능력과 창의력, 공간능력이 발달해 수학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