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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 정은 왕조 세습 이벤트 … 평양은 리노베이션 중

중앙일보 2011.02.09 03:00 종합 3면 지면보기



●수도건설위→수도건설사령부 개칭 … 군인이 공사 전면에
●김정은 후견인 장성택, 인력·자재 동원 진두지휘
●강성대국-김일성 생일 100년 앞두고 ‘후계자 성취’ 필요



안개에 싸인 평양시내 유경호텔. 105층짜리 피라미드형 빌딩인 이 호텔은 1987년 8월 28일 착공됐으나 89년 5월 공사가 중단됐다가 2008년 재개됐다. 공사 중단 이유는 북한의 자금난 때문으로 알려졌다. [평양 신화통신=연합뉴스]





북한 수도 평양에 망치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들어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완공 주택을 찾아 현지지도를 할 정도다. 중심부인 만수대 거리 주변도 정비 중이다. 1989년 공사가 중단됐던 105층 규모의 유경호텔 완공 작업도 한창이다. 2008년 공사를 재개해 김일성 생일 100년을 맞는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집트의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이 짓고 있다. 북한은 이 호텔을 평양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이 평양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로 공식화한 데 이은 움직임이다.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후계체제의 틀을 정비했다면 평양의 새 단장은 권력 이양의 왕조적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내각 소속이던 수도건설위원회를 수도건설사령부로 개편했다. 당과 내각의 테크노크럿이 맡았던 수도건설위원회의 주요 직책도 현역 군인들로 교체했다. 평양 건설을 위해 정부 부처를 사실상 공병사령부로 재편한 셈이다. 건설 자재와 인력 동원은 김정일의 매제이자 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이 행정부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수도건설위원회는 2001년 내각 소속으로 출범했으며, 2006년부터 장성택이 관장해왔다.



 북한의 평양 현대화 프로젝트는 후계체제와 떼놓기 어렵다.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설정한 내년을 맞아 주민들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면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노동당을 ‘김일성의 당’으로, 북한을 ‘김일성 조선’으로 규정해 3대 세습의 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도 한 맥락이다.



중앙대 이조원(정치외교) 교수는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을 내세워 평양 현대화를 추진해 왔지만, 최근엔 외형적인 변화를 강조해 후계자의 성과로 내세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대국’은 김일성 주석 사망 3년 만에 노동당 총비서에 오른 김정일이 처음 내건 청사진이었다. 그런 만큼 내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3대 세습은 흔들릴 수 있다.



 수도건설위의 사령부 재편에는 자원과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을 동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민대 정창현(북한학) 겸임교수는 “북한은 ‘혁명의 주력군’을 노동자·농민에서 군으로 바꿨다”며 “일반 정부 조직을 군으로 배속한 것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면서 2012년을 맞아 주민들을 동원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청년돌격대를 인민군 여단에 편입시켜 정규군화한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돌격대는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을 모아 각종 공사에 동원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평양 이외의 도시에도 현대화 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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