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 위엄있는 표정 … 나무는 인물이다

중앙일보 2011.02.09 00:30 종합 27면 지면보기



마이클 케냐 12일부터 서울 사진전



고요한 눈밭 위에 홀로 서 있는 고목. 미니멀한 공간감각이 동양화 한 폭을 펼쳐든 듯하다. 마이클 케냐 ‘쿠스하로 레이크 트리-스터디 5’, 일본 홋카이도, 2007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 작가 마이클 케냐(58·사진). 그가 12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철학자의 나무’ 사진전을 연다. 나무·자연·건축 등 사람이 없는 흑백의 미니멀한 풍경 사진으로 국내에도 팬층이 두터운 그다. 그의 명상적인 미니멀리즘은, 국내외 사진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나무 사진전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최근작까지 유럽에서 북미·일본· 중국 등을 누빈 나무 사진 50여 점이 선보인다. 특히 팬이 많은 일본 시리즈에서는 먹이 번지는 수묵화적 효과에 회화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눈에 띈다. 그는 “사진가 이전에 화가를 지망했고 판화·그래픽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인물사진을 찍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저도 인물사진을 찍습니다. 바로 나무의 인물사진이죠. 인물사진에서 표현되는 존재의 위엄, 희망, 철학적인 감정 등을 저는 나무에서 봅니다. 인물사진처럼 나무 사진을 찍는 셈이죠.”



 전세계 곳곳에서 만난 나무들에 대해서도 “언제든 찾아가고픈 친구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늙은 나무들은 사진을 찍고 나중에 다시 가보면 베어지고 없어집니다. 이렇게 세월의 흐름을 따라 계속 변화하고, 통제나 예측이 불가능한 삶을 산다는 점에서 나무는 사람이나 인생을 닮았죠. 또 전 어떤 대상을 찍을 때 마치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그 곳을 여러 번 찾아가고 자주 만나고 점점 더 깊이 알아가면서 그 과정들을 사진에 담아내려 하지요.”



 도록에 실은 작가의 글에서도 나무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애정이 묻어난다. “나무는 스스로 꾸밀 필요가 없고 말대답도 하지 않으며 지극히 독립적이고 생생한 아름다움을 가졌고, 내가 장시간 촬영할 때도 추위 속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인다. 그러니 어느 누가 나무를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무는 자연이 선사한 가장 멋진 선물. 시인과 화가, 사진가, 그리고 철학자들의 주제어이자 지하세계와 땅, 그리고 하늘을 결합하는 보편적인 이데아다.” “나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거대한 고마움에 대한 작은 징표로 나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데 감사한다”(작가의 글)



 1980년대 중반 흉물스런 발전소 굴뚝을 새로운 미감으로 재해석한 사진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케냐는 아날로그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5년간 600개가 넘는 미술관과 화랑에서 전시를 열었으며 200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슈발리에’상을 받았다. 특히 세계적인 팝스타 엘턴 존이 그에 매료돼 사진 콜렉션을 시작했고, 200점 넘게 소장해 화제가 됐다.



 케냐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7년 우연히 찍은 강원도 삼척의 솔섬의 나무 사진은, 당시 LNG 시설 건립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솔섬의 생태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솔섬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 2006년 법정 스님의 에세이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도 그의 사진이 다수 실렸다. 그는 4월 모스크바 현대미술관 회고전에 이어 내년 하반기 ‘코리아’ 시리즈를 한국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학생 2000원, 일반 3000원. 02-738-7776



양성희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