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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요즘 바둑 참 많이 변했네”

중앙일보 2011.02.09 00:28 경제 15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원성진 9단 ●·박정환 9단











제1보(1~14)=예전의 고수들이 하늘나라에 앉아 지금 바둑을 본다면 처음엔 하하 웃을 것이다. 포석이 조금 진행되면 얼떨떨한 모습이 되었다가 중반 입구에 이르면 수수께끼에 부닥친 표정이 될 것이다.



 6의 중국식은 웃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일본 막부시대 고수 중 한 명이 첫 수를 변에 둔 사례도 있다. 그러나 11을 보면 “이런 하수가 있나. 바둑이 퇴보했네” 하며 크게 웃을 것이다. 11은 적을 강화시킨 악수이고 2립3전(二立三展)의 이상형을 만들어 준 대표적인 이적수였다. “이런 수는 두지 말라”고 가르쳤던 유명한 표본이었다. 하나 13을 보면 기분이 조금 야릇해질 것이다. 막상 쳐들어오고 보니 응수가 어렵다. 비록 2립3전이라고는 하나 흑이 양쪽으로 바짝 압박하고 있어서 골치가 아파온다. ‘참고도’ 백1로 누르는 게 당연한 수겠지만 흑2로 가만히 빠지면 백만 공중에 붕 뜨게 된다. 바로 이때 백14가 등장한다.



 이건 또 무슨 수인가. 초반에 패망선에 두는 이런 비굴한(?) 모양새는 처음 보는데다 A로 젖히면 어쩌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시 한번 살피면 14는 ‘나의 급소는 적의 급소’라는 기훈을 따르고 있지 않은가. 수수께끼에 부닥친 하늘나라의 고수들이 난감한 얼굴로 서로를 본다. “요즘 바둑 참 많이 변했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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